영입 필요한데 조용한 롯데

올시즌 아쉬움

170억원 트리오 잘했다면

남은 건 조심뿐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 그런데 롯데는 조용하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였지만, 그 결실이 미약했다. 3년 전 야심 차게 투자한 ‘170억원 FA 트리오’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실패의 비용이 이번 겨울의 손발을 묶었다.

롯데의 2024시즌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3위. 가을야구 확률은 94.9%였다. 시즌 막판 연패에 빠지며 급격하게 추락했다. 또다시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무너졌다. 팬들이 원하던 ‘가을의 그림’은 끝내 펼쳐지지 않았다. 현장은 당연히 전력 보강을 요구했다.

현실은 달랐다. 정작 롯데는 박찬호에게 ‘제대로 된 오퍼’를 하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사이, 박찬호는 두산과 4년 80억원 계약이 유력해졌다. 현장의 의지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롯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배경은 3년 전 대규모 투자에 있다. 당시 롯데지주는 구단을 위해 19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구단 부채비율 개선과 전력 보강을 위한 결정이었다.

롯데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당시 프리에이전트(FA)였던 유강남(4년 80억원), 노진혁(4년 50억원), 한현희(3+1년 최대 40억원)을 영입했다. 총 170억원이 투입됐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시즌 성적만 놓고 봐도 그렇다. 유강남은 올시즌 110경기 타율 0.274, OPS 0.735로 아쉬웠다. 노진혁은 부상 여파로 2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현희는 3경기 평균자책점 6.23으로 사실상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막대한 투자가 성과로 돌아오지 않았다. 모기업의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겪은 만큼 ‘과감한 투자’라는 단어는 롯데에 더 이상 쉽게 꺼낼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기대보다는 ‘쪽박’의 기억이 강하게 남았다.

결국 이번 겨울 롯데는 바닥부터 다시 점검하는 쪽을 선택했다.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 내부 자원 재정비 등 ‘비FA 옵션’을 우선순위에 둔다. 확실한 전력 보강으로 가기엔 지난 실패의 여파가 너무 크다.

내년 반드시 반등해야 한다. 내부 육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리한 투자도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170억원 트리오’는 이번 겨울에도 롯데를 붙잡고 있는 그림자다.

트리오가 기대만큼 활약했다면, 시장에서 롯데의 행보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