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100점 만점에 30점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서 굴곡 많은 첫 시즌을 보낸 LA 다저스 김혜성(26)은 자신의 한 해를 이렇게 평가했다. 더 강해지겠노라 다짐한 만큼 내년에는 주전급 선수로 도약할 수 있을까.
다저스 네이션은 16일(한국시간) “다저스의 유틸리티 자원인 김혜성이 2026년에는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시즌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우승 주역 미겔 로하스와 키케 에르난데스가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다저스에 입단한 김혜성은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총 37경기에서 타율 0.268, 5홈런 2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3의 준수한 성적을 거둔 덕분에 5월 초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 무대를 밟았다.
5월 한 달 동안은 제한된 기회 속에도 빠른 주력을 앞세워 타율 0.422, OPS 1.000을 기록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 복귀 후 난항을 겪었다. 재활로 8월을 통째로 날린 김혜성은 7월과 9월 각각 타율 1할대에 머물렀고, 올시즌 성적 역시 71경기, 타율 0.280, 3홈런 17타점, OPS 0.699에 그쳤다.
무엇보다 다저스는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팀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에 데뷔 첫 시즌부터 주전급 활약을 기대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다만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점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짙다.

한국 빅리거 역사에는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포스트시즌(PS)에서 대주자와 대수비로 출전하는 데 그쳤으나, 한국인 야수 최초로 WS 우승 반지를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타석은 단 한 차례도 소화하지 못한 것은 옥에 티다.
김혜성 역시 “올해는 제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이었다”고 돌아보며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남은 70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에서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는데,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야구선수로서 100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내년에는 더 자주 야구장에 얼굴을 비칠 수 있게끔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우여곡절 끝 생존에만 성공한 셈이다.

다저스 네이션은 다소 밝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김혜성은 외야 수비 경험이 풍부한 유틸리티 자원”이라며 “다저스가 베테랑인 로하스와 에르난데스와 재계약하지 않을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게다가 에르난데스의 경우 팔꿈치 수술 변수까지 생겼다.
이어 “비록 올시즌 좌익수로 출정한 기록은 없지만, 다저스가 마이클 콘포토의 대체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면 알렉스 콜과 함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