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한 해였다. 수신료 논란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며 KBS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흔들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해답을 찾기 위한 선택지가 필요했다. 그런 가운데 KBS는 오래 미뤄뒀던 정통 대하사극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내년 하반기 방송 예정인 ‘문무(文武)’는 KBS가 직접 ‘시청자와의 약속’이라 표현했던 정통 사극 부활의 첫 작품이다. 지난해 3월 ‘고려거란전쟁’이 종영한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다.

작품이 이야기할 무대는 통일신라다. 고구려·백제·당나라 사이에서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삼한을 통합하는 과정, 그 정치·전쟁·외교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화랑’ ‘장영실’ ‘징비록’을 연출한 김영조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KBS 사극의 장점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례적으로 촬영 전 단계에서 제작보고회를 연 것도 그런 기대감과 절박함이 동시에 깔려 있다. 통상 드라마는 방송 직전 홍보에 나서지만, ‘문무’는 1년간 이어질 대규모 촬영의 출발점부터 공개했다.

박장범 사장은 직접 행사장을 찾아 “통합징수 재시행으로 대하사극 제작이 가능해졌다”며 공영성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KBS 스스로 기점 하나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KBS 대하사극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CG는 물론 AI 기술도 병행해 활용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역사 고증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AI는 실사 기반 보조 기술로만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앞세운 과시가 아니라, 제작비 효율과 화면 퀄리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식이다.

박장범 사장은 “KBS 대하 사극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중요한 공적 책무. 남북 분단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세 나라를 통합해 평화와 번영을 이룬 시대를 조명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하 사극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KBS가 이번 선택으로 대하사극 명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