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왕따의 3요소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가 있다. 폭력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방관이 지속적인 폭력을 키운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속 노진영(이호정 분)은 적극적인 방관자다. 친오빠 노진표(장승조 분)의 폭력을 외면할 뿐 아니라 새언니 조희수(이유미 분)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는다.

게다가 직업은 경찰이다. 정의를 위해 써야할 권력을 자신의 성공을 목적으로만 활용한다. 자신에게 해가 될까 전전긍긍한다. 결과적으로 가장 미운 캐릭터다. 시청자들로부터 적잖이 욕을 먹었다. 연기는 훌륭했다는 방증이다.

이호정은 최근 스포스서울과 만나 “진영이가 너무 악하고 못됐는데, 흥미로웠다. 야망이 가득찬 채 벌이는 행동이 재미있었다”며 “노진표를 특별히 감싸주겠다는 목적보다는 승진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완벽주의자라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악한 인물이라도 배우가 캐릭터를 사랑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당위성이 생긴다. 연기의 기본이다. 좋아하진 않더라도 스스로 설득돼야 한다. 이호정은 노진영의 야망을 받아들였다.

“누구나 자기만의 목표가 있잖아요. 노진영은 철저히 목표지향적이고요. 대통령실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 분명한 친구라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모든 악행을 받아들인 건 아니긴 한데요. 정말 원하는 게 있다면, 불법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키가 170cm가 넘고 피지컬이 좋다. 액션 연기를 많이 맡았다. 강하거나 악하거나 그랬다. 실제로는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모델 출신이다 보니 무표정에 능숙하고, 감정을 잘 감추면서 강렬한 장르와 어울렸다.

“저한테 가죽 점퍼가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예쁜 역할에 갈증이 있어요. 모델을 하다가 영화를 많이 보면서 연기에 도전하게 됐어요. 연기를 따로 배운 건 아니라서,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지금은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많이 늘었다. 성장 포인트가 보인다. 강한 경찰관의 아우라가 이호정의 얼굴에서 엿보인다. 감정신은 물론 슬그머니 지나가는 신에서도 생동감이 있다. 연기를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만난 ‘당신이 죽였다’라서 더 잘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그 애정이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쳐갔던 시기였어요. 스스로 재능을 따지던 시기였죠. ‘당신이 죽였다’는 동력이 된 작품이에요.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나약해졌는데,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는 제가 봤을 때도 아쉬움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더 당당하고 싶어요. 잘할래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