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상암=김민규 기자] 운명의 마지막 세트, 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그 무대에서 T1은 왜 ‘왕조’인지 증명했다. 초반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었고, 전장은 철저히 T1의 것이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단 22분 만에 T1은 경기를 끝냈고, 창단 첫 ‘케스파컵’ 트로피를 품었다.
T1은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2025 LoL KeSPA컵’ 결승전 5세트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압도하며 세트 스코어 3-2, 드라마 같은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첫 킬은 ‘페이커’ 이상혁이 가져갔다. 상대 미드 ‘제카’ 김건우를 꿰뚫는 플레이로 최종전의 방향을 정했다. T1은 이 기세를 라인 전체로 퍼뜨렸다. 깔끔한 운영, 과감한 시야 장악,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까지. 첫 드래곤을 챙긴 뒤, ‘오너’ 문현준의 녹턴이 날아와 다시 한 번 ‘제카’를 어둠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바텀에서는 T1 듀오가 유충 앞 길목을 완벽히 차단하며 ‘구마유시’ 이민형까지 잡아냈다. T1의 초반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교과서였다.
T1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탑에서는 ‘페이즈’ 김수환의 제리와 ‘케리아’ 류민석의 유미가 기습 다이브로 2킬을 쓸어 담았다.
두 번째 드래곤 또한 무난하게 확보했고, 전장을 가르는 곳마다 유미가 달라붙은 제리가 마치 전쟁터를 굴러가는 전차처럼 한화생명을 밀어냈다. 한타에서는 ‘오너’의 녹턴이 계속해서 불을 끄며 한화생명의 숨통을 끊었다.

이전 세트들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 이번엔 T1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14분경 이미 글로벌 골드는 4000 이상 벌어졌다. 유충, 드래곤, 전령 등 모든 오브젝트는 T1의 손 안에 있었다. 라인은 밀려 있었고, 한화생명의 영토는 점점 좁아졌다.
T1은 미드와 바텀의 2차 타워마저 밀어내며 압박의 고삐를 완전히 틀어쥐었다. 세 번째 드래곤도 큰 교전 없이 확보했다. 경기는 T1의 손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았다.
20분도 되기 전, T1은 이미 한화생명의 모든 라인을 밀어냈다. 글로벌 골드 차이는 1만 이상. 킬 스코어는 16대 1. 사실상 승부는 끝나 있었지만, T1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타칸까지 챙긴 T1은 곧바로 한화생명 본진으로 향했다. 본진 앞 마지막 교전에서도 T1은 흔들림이 없었다. 제리·유미 듀오가 앞라인을 녹였고, 녹턴이 다시 날아와 한화생명의 시야를 모두 지워내며 최종 한타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22분 만에 넥서스를 파괴한 T1은 드라마 같은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장식했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