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임재청 기자] 북미 웹툰 시장의 소비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조회 수와 트래픽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단행본 소장 → 굿즈 소비’로 이어지는 IP 소유 기반 팬덤 비즈니스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을 운영하는 콘텐츠퍼스트는 영문 단행본 출판과 공식 굿즈샵을 연계한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BL(Boy’s Love) 장르를 중심으로 한 ‘단행본+굿즈’ 시너지 전략이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웹툰 시장은 이미 굿즈·팝업스토어·팬덤 커머스가 자연스럽게 결합된 구조다. 반면 북미는 인쇄 만화가 전체 만화 시장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실물 단행본 중심 소비 문화가 강하다. 이 같은 차이에 주목한 태피툰은 웹툰 감상 이후 단행본을 소장하는 북미 독자들의 소비 패턴을 굿즈 구매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단행본이 팬심을 증명하는 ‘소유의 상징’이라면, 굿즈는 그 경험을 확장하는 2차 소비라는 판단에서다.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웹툰 IP를 굿즈로 확장하는 단계라면, 북미는 단행본을 기점으로 IP 소비가 시작되는 시장”이라며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인 공략법”이라고 분석했다.
태피툰은 현지 유통망 확보를 위해 글로벌 출판 파트너십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2023년 펭귄랜덤하우스와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북미 최대 독립 만화 출판사 세븐시즈 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성과는 BL 장르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겨울 지나 벚꽃(Cherry Blossoms After Winter)’은 지난해 11월 아마존 ‘야오이(Yaoi)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현재 4권까지 출간됐다. ‘웻샌드(Wet Sand)’와 ‘디어 도어(DEAR. DOOR)’ 역시 아마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현지 팬덤의 두터운 지지를 입증했다.

단행본 인기는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태피툰은 지난해 8월 열린 애니메 NYC 2025에서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웹툰 레이블 ‘잉크로어(Inklore)’와 함께 ‘킹스메이커(King’s Maker)’ 영문판을 선공개했다. 행사장 내 공식 굿즈샵 ‘클럽젬(Club JEM)’ 부스에서는 ‘킹스메이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 ‘웻샌드’ 등 인기작 한정판 굿즈가 연계 판매되며 현장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출판과 굿즈를 결합한 전략은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BL 웹툰 ‘디어 도어(Dear Door)’ 영문 단행본 출간에 맞춰 북커버·북마크·스티커로 구성된 한정판 굿즈 패키지를 출시한 결과, 준비된 물량이 조기 완판됐다. 태피툰 공식 글로벌 굿즈샵 ‘클럽젬’은 2024년 론칭 이후 단행본 구매자를 굿즈 소비자로 유입시키는 허브 역할을 하며, 론칭 1년 만에 월 매출이 5.8배 증가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어니스트 우(Ernest Woo) 콘텐츠퍼스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북미 웹툰 시장에서 검증된 단행본과 한정판 굿즈의 결합은 단순한 부가 사업이 아니라 팬덤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라며 “태피툰의 큐레이션과 현지화 출판 노하우를 접목해 새로운 IP 수익 모델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pensier3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