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그야말로 대박이다.
최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뜬뜬의 ‘제3회 핑계고 시상식’이 일반적인 연말 시상식의 관성에서 비켜섰다는 평가다.
연말 시상식의 화려한 무대 대신 사람의 이야기를 택했다. 결과는 단순했다. 웃음이 먼저였다. 감동은 뒤따라왔다.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800만 회를 넘겼다.
‘핑계고 시상식’의 공기는 축제라기보다 모임에 가까웠다. 배우와 방송인, 가수와 제작진이 한 테이블에 섞여 앉았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지난 회차의 뒷이야기를 꺼냈다. 카메라는 현장의 온도를 그대로 옮겨 담았다.
사회를 맡은 유재석의 진행은 절제돼 있었다. 웃음을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순간의 침묵도 서사로 남겼다. 시상식이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대목이다.
대상의 순간은 ‘핑계고 시상식’만의 색깔을 또렷하게 했다. 트로피의 주인공은 지석진이었다. 온라인 투표로 모인 9만여 표 중 과반이 그의 이름을 택했다. 수상 소감은 간결하면서도 분명했다. 오래 버텼다는 고백, 그리고 함께 견뎌준 동료들에 대한 감사였다. ‘첫 대상’이라는 수식어보다, 그가 지나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놓였다.

‘핑계고 시상식’의 울림은 부재를 품으면서 더 깊어졌다. 대상 후보에 올랐지만 참석하지 못한 조세호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유재석은 짧게 박수를 청했다.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그 배려는 충분했다. 시상식은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공간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송은이가 건넨 위로의 말과 눈빛은 최근의 소란을 지나온 동료에게 보내는 사적인 연대였다. 과장 없는 위로가 오히려 오래 남았다.
구성도 눈에 띄었다. 불필요한 부문을 늘리지 않았다. 전문 심사와 네티즌 투표라는 두 축을 분명히 세웠다. ‘참석상’은 없었다. 축하 무대 역시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황정민의 시상은 권위를 빌리지 않았고, 이효리의 수상 소감은 연말의 감정선을 과장 없이 다뤘다. 웃음은 자연스럽게 터졌고, 감동은 천천히 번졌다.
매년 반복되는 지상파 시상식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핑계고’는 작았지만 정확했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맥락을 키웠고, 트로피의 수를 덜어내는 대신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다.
마지막 인사는 과장 없이 정리됐다. 유재석은 지난 한 해가 쉽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무탈을 바랐고, 다음을 이어가겠다는 최소한의 약속만 남겼다. 화려한 수식이나 감정의 과잉은 없었다. ‘핑계고’ 시상식은 규모나 형식보다 태도가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하지 않았기에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차분히 증명했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