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야구보다 인성이 먼저인 선수가 되겠다.”
떳떳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7억원 계약을 맺은 키움 박준현(18)이 프로 데뷔를 문턱에 두고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학교폭력 논란이 재차 인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9일 천안교육지원청이 박준현에게 내렸던 ‘학폭 아님’ 처분을 취소하고 학폭 행위로 인정한 뒤 1호 처분인 서면사과 명령을 내렸다. 위원회는 박준현이 피해자 A군에게 가한 욕설 등이 학폭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선수 개인에게도, 구단에도 초대형 악재다. 이미 종결된 사안이 불과 3개월 만에 뒤집혔기 때문이다.

키움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변 없이 전체 1순위로 박준현을 영입했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당장 내년 1월에 예정된 1군 스프링캠프 합류는 기정사실화였다. 내년 플랜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시점에서 상황이 180도 달라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학폭은 중대한 사회적 이슈다. 개인의 과거로 치부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프로 데뷔를 앞둔 신인의 논란에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이름이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수에게는 치명타인 데다, 커리어 내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올해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혔던 박준현은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다. 최고 시속 157㎞ 강속구를 던지는 등 일찌감치 메이저리그(ML)의 관심을 받았다. 키움 역시 박준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구단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입단 계약금을 안겼다. 당시 관계자는 “향후 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전력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박준현은 무혐의 처분 이후 정식으로 드래프트에 참여했고,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문제는 안우진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과 사안의 성격상 리그 차원의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안우진의 학폭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키움은 자체 징계를 내렸다. 국가대표 자격 역시 박탈됐다. NC의 1차 지명을 받았던 김유성은 사흘 만에 지명이 철회되기도 했다. 이후 두산에 입단한 뒤 뒤늦게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거센 질타를 받았다.
키움, KBO 모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서약서도 허위로 제출한 것이 아니지 않나. 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규약 위반 사항이 있는지 보겠다”고 짚었다.
학폭 전력이 있다고 해서 프로 선수 생활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과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