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연이은 강추위로 겨울의 진가를 제대로 맛보던 목요일이었다. 경리단길 끝자락까지 올라가려니 그야말로 살을 에는 추위로 밥이고 뭐고 발길을 돌리고 싶었다. 프렌치 가정식 레스토랑 르파르크(Le Parc). 패션 디자이너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해 온 박지원이 오너 셰프이자 호스트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었다면 약속을 취소했을 것이다.

언덕길 칼바람을 뚫고 르파르크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샹송과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앤티크 가구와 따뜻한 조명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오너셰프 박지원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이 아늑한 공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노르망디의 저희 집과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려고, 제가 갖고 있는 소품들로 공간을 채웠어요.”

공간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서울의 작은 프랑스.” 코지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벽면의 아트워크와 음악, 조명이 어우러져 식사 이상의 경험을 만든다. 지인들의 아지트이자, 경리단길을 걷다 우연히 들어온 손님도 편히 머물 수 있는 ‘공원(Parc)’ 같은 장소를 지향한다는 설명이 자연스럽다.

박지원은 어머니 김행자 씨와 애티튜드 기성복 브랜드, 본인의 이름 박지원을 브랜드명으로 세계로 진출한 ‘애티튜드(Attitude) 오뜨 꾸뛰르’를 론칭한 한국 대표 패션 아티스트이자, 라이프스타일과 미식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인물이다. 레스토랑 ‘파크(Parc)’를 운영하며 미식과 문화가 결합된 공간을 선보였고, 이후 네덜란드·독일 하이델베르크·프랑스 파리와 노르망디·이탈리아·그리스 등 유럽 각지를 오가며 전통 가정식 레시피를 몸으로 익혔다.

그 경험의 집약체가 바로 경리단길 르파르크다. 이곳은 ‘프랑스 가정식 오마카세’를 표방한다. 셰프가 그날의 계절 재료에 맞춰 코스를 구성하고, 손님은 선택 대신 흐름에 몸을 맡긴다. 프렌치, 이탈리안, 독일식 가정식을 바탕으로 한 요리들이 차분히 이어지며, 비프 카르파치오와 애플 타르트, 사과 브랜디인 깔바도스는 박지원식 미감이 담긴 시그니처로 꼽힌다.

르파르크의 중심에는 박지원이 오래 강조해 온 철학, ‘음식은 사랑이다!’가 있다. 함께 먹고 마시며 보고 듣는 모든 감각의 나눔. 음식이 관계를 잇고, 대화를 회복시키는 매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래된 친구는 물론, 잠시 멀어졌던 사이도 다시 마주 앉게 만드는 힘이 이 식탁 위에 놓여 있다.

르파르크는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인근,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오마카세 형태로, 방문 전 문의는 필수다. 대략적인 코스 가격은 1인 6~10만원대로 와인 페어링이나 깔바도스를 곁들이면 한층 풍성한 밤이 완성될 것이다. 패션과 예술, 삶과 식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 르파르크는 레스토랑이자 문화살롱이며, 박지원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맛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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