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한민국 자본시장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 클럽’에 가입하며 ‘K-증시’의 레벨업을 알렸다. 기나긴 반도체 겨울을 지나,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봄바람을 타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격차’의 위용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 “돌아온 외국인, 삼성 쓸어담았다”…이익 모멘텀 강화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16만 9400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시가총액은 1001조 110억 원을 달성,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의 벽을 돌파했다.
상승의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을 5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단순 메모리 기업을 넘어 엔비디아·TSMC와 함께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재평가받은 결과다.
이러한 수급 개선은 탄탄한 실적 전망에 기반한다. 한화투자증권 안현국 연구원은 “글로벌 신흥국 시장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가 EPS(주당순이익) 변화율 상위에 진입했다”며 “연간 예상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 상단을 돌파하는 등 이익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실적 눈높이를 일제히 상향하고 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만 원으로 유지하며 “1분기 영업이익이 32조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2026년은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전년 대비 100% 이상 급등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2배, 6.3배 폭증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172조 원으로 내다봤다.
◇ 차세대 기술 격차가 주가 레벨업 견인…“450조 투자·6만 명 채용”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시총 돌파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들과의 격차를 좁히며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주임을 입증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됐다. DS투자증권 이수림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18만 3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2월부터 HBM4(11.7Gbps) 제품의 고객사 출하가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계획도 주가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국내 R&D(연구개발)를 포함해 총 450조 원을 투자하고, 6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부품 사업과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 AI 분야에 집중적인 채용을 늘려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이 연구원은 “내년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50%의 주주환원(배당 및 자사주 소각) 정책 역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주요 10대 그룹은 향후 5년간 270조 원 규모를 지방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수출 호조와 경제 회복세 속 성장의 과실을 고르게 나눠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부에 화답한 것으로, 최근 기업들의 실적 개선 온기를 지방으로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투자 프로젝트는 반도체 설비 증설과 배터리 생산·연구개발(R&D) 역량 확장 등 첨단 인프라에 집중된다. 재계는 이번 투자가 지방 소멸 위기 극복과 고용의 질적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투자가 약속대로 집행될 경우 최대 525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21조 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