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깨운 응급 상황, ‘대만 황성빈’이 진짜 황성빈을 구하다
롯데의 입과 귀가 되어준 현지 통역
“선수들 전원 건강 기원”
이들도 롯데 가을야구 진심 바란다

[스포츠서울 | 타이난=박연준 기자] “황성빈 선수가 제 손을 잡으며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통역사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타국에서 치러지는 스프링캠프에서 통역사의 역할은 다양하다. 때로는 구급대원이 되고, 때로는 행정가가 되어 팀의 ‘안녕’을 책임진다. 언어부터 생활까지, 여러 분야에서 힘이 돼주는 역할을 한다. 롯데의 대만 타이난 캠프에는 선수들보다 더 긴박하게 움직이며 수호천사를 자처한다. 특히 지난시즌 캠프 도중 황성빈(29) ‘위염 이슈’에서 한줄기 희망이 됐다.
사연은 지난시즌 캠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 아침, 황성빈이 갑작스러운 위염 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며 캠프지가 발칵 뒤집혔다. 낯선 타지, 병원 위치는커녕 증상 설명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이 된 것은 현지 통역사 동민혁 씨였다. 그는 즉시 황성빈을 데리고 현지 병원으로 달려가 신속한 치료를 도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 씨가 황성빈과 꼭 닮은 ‘닮은꼴’ 외모라는 점이다. 웃는 모습이 특히 비슷해 현지 팬들이 그를 황성빈으로 착각하고 사인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동 씨는 “(황)성빈 선수와 닮았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듣는다. 그래서인지 더 마음이 가고 챙기게 된다”며 “작년 응급 상황 당시 치료를 잘 마치고 나서 성빈 선수가 건넨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동 씨는 대만 현지에서 대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던 선수 출신이다. 은퇴 후 한국어에 매료되어 한국에서 언어 능력을 키웠다. 이후 구인 사이트를 통해 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야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겸비한 그는 이제 롯데 캠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전력이 됐다.

올시즌 롯데 캠프에는 동 씨를 포함해 총 3명의 통역사가 선수단의 입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 또 다른 통역사 송진론 씨는 한국인 아내를 둔 ‘한국 사위’다. 동 씨의 소개로 합류한 그는 “늘 야구와 관련된 일을 꿈꿔왔는데, 롯데라는 명문 구단의 캠프를 돕게 되어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웃어 보였다.
송 씨가 특별히 챙기는 선수는 ‘막내’ 이영재다. 이동할 때마다 버스에서 같이 선수단 인원을 체크하고 일정을 공유하며 쌓인 정이 두텁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식당 예약부터 버스 기사와 소통, 각종 행정 업무까지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롯데 선수들이 대만에서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며 훈련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의 바람은 소박하면서도 간절하다. 캠프가 끝나는 날까지 단 한 명의 부상자나 환자 없이 무탈하게 일정을 마치는 것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선수들이 몸 건강히 훈련을 소화하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다. 다치는 사람 없이 웃으며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만 현지인이지만, 롯데를 향한 애정만큼은 부산 갈매기 못지않다. 이들은 “롯데가 이곳 타이난에서 기틀을 잘 잡아서 올해는 반드시 가을야구에 진출하길 응원한다. 캠프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롯데를 돕겠다”고 다짐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