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은, 스노보드 ‘새 역사’ 썼다

발목·손목 부상 딛고 당당히 올림픽 메달

연습 때 실패한 연기, 실전에서 성공

겁 없는 18세 소녀, 훨훨 날았다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연습 땐 안 됐는데, 처음 성공했어요.”

이런 반전이 또 있나 싶다. 대담해도 이렇게 대담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스노보드 대표팀 유승은(18·성복고) 얘기다. 실전에 강한 타입이다. 겁 없이 덤볐다. 결과도 확실했다. 새 역사를 썼다.

유승은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합계 점수 171.00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두 번째 메달이다.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유승은의 출전은 그 자체로 역사다. 한국 여자선수 최초 출전이기 때문이다. 남자선수는 2018 평창 때 이민식이 나선 바 있다. 끝이 아니다. 예선을 통과하며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결선에 나선 선수’가 됐다. 나아가 ‘최초로 메달을 딴 선수’ 타이틀까지 품었다. 올림픽 첫 출전에서 활짝 웃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5 스프링스 스노보드 월드컵 빅에어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은메달 획득. 이번 올림픽 메달 기대주라 했다. 현실이 됐다. 여차하면 금빛이 될 뻔했다.

1차 시기에서 네 바퀴를 완벽하게 돌며 87.75점을 얻어 2위에 올랐다. 2차 시기도 네 바퀴를 소화했다. 83.25점이다. 합계 171.00점이 됐다. 3차 시기에서 착지 때 넘어지면서 점수가 낮게 나왔다. 1~2차 시기 합계 점수가 최종 점수다. 동메달이다.

그야말로 거침없이 뛰었다. 네 바퀴 회전. 3차 시기에서는 오히려 회전이 남았다. 착지가 불안정했던 이유다. 해설을 맡은 전 국가대표 김호준 위원은 “더 돌아도 될 뻔했다”고 했다.

1~3차 시기 모두 4회전 연기.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연습 때는 성공하지 못했던 기술이라는 점이다. 2차 시기를 후에는 보드를 집어던지며 한껏 기쁨도 표했다.

유승은은 메달 세리머니 후 JTBC와 인터뷰에서 “2차 시기 때 시도한 기술이, 눈위에서 처음 성공한 거다. 기뻐서 보드를 던졌다. 훈련 때는 네 바퀴를 완벽히 성공하지 못했다. 대회에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메달에 도전하려면 네 바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난도가 높아야 했다. 무섭지 않았다. 자신 있었다.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략을 세우고 왔다. 너무나 과감했으나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대로 통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 따라 시작한 스노보드다. 9살이다. 18살에 스노보드 역사를 다시 썼다. 시련도 있었다. 2024년 10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발목 복사뼈 골절상을 당했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쳤다.

지난해 7월에는 훈련 중 팔꿈치 탈골 부상이 닥쳤고, 11월에는 손목 골절상까지 입었다. 스노보드 그만둘 뻔했다. 마음을 다잡고, 수술을 받았다. 한 달 만에 월드컵에서 메달을 땄고, 이번 올림픽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