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좋아하는 일은 끝까지 간다.”
‘한국 대중문화계 거장’ 김수철의 행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다. 노래로 시대를 건넜고, 붓으로 시간을 기록해왔다. 성취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오래 지속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궤적을 남겼다.
그가 다시 무대에 선 곳은 공연장이 아닌 미술관이다. 김수철은 오는 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김수철: 소리그림’을 연다. 30여 년간 완성한 작품 1000여 점 가운데 160여 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음악가의 확장이 아닌, 창작자의 기록에 가깝다. 수묵 위에 색을 얹고, 소리를 선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바람과 전쟁, 정치의 소음과 밤의 정적까지, 들리는 세계를 시각 언어로 풀어냈다. 200호 대작 역시 두 평 남짓한 부엌에서 완성됐다. 바닥과 가스레인지를 이젤 삼아 작업했다.
“그림에 본격적으로 몰두한 시기는 코로나19 이후입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취미는 노동이 됐고, 노동은 기록으로 쌓였죠. 물감 냄새로 편두통을 겪을 만큼 몰입했어요. 창고에 쌓인 작업량을 확인한 뒤 놀랐죠”


전시로 이어진 과정 역시 단계적이었다. 제안은 후배들로부터 시작됐다. 준비는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정교해졌다. 기획전 중심 공간에서 작품만으로 심사를 받았다. 그는 결과를 두 달 가까이 기다렸고, 통과 이후에도 이를 과장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음악은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익숙한 명성보다 작품 자체로 평가받기 위한 선택이다. 관객 앞에 남는 것은 오롯이 그림뿐이다.
김수철의 이력에는 우연과 인연이 함께 놓여 있다. 그는 KBS1 ‘아침마당’을 통해 젊은 시절 진로를 고민하던 시간을 돌아봤다. 공대를 졸업하고 방향을 바꾸던 시기, 영화 ‘고래사냥’이 전환점이 됐다. 당시 제작진에게 그를 권한 이는 배우 안성기였다.
“이 만남은 작품을 넘어 오랜 인연으로 이어졌죠.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끔 연락했는데, 나중엔 몸이 마비되면서 연락이 안 되셨어요. 형수랑 통화했는데 막바지가 왔구나 싶었죠. 형이 내가 그림 그리는 줄 모르고 돌아가셨어요. 친형 같은 분이셨어요.”
이후의 선택은 분명했다. 국악 작업이었다. 상업성이 불확실했던 영역이었지만, 안성기는 묻고, 돕고, 이어지는 방식으로 곁을 지켰다. 김수철은 이를 회상하며 감정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요청에 가깝다. 음악가의 부업이 아닌, 창작자의 기록으로 봐달라는 제안이다. 자연 훼손과 인간의 오만, 우주적 시점에서 바라본 지구, 소리를 시각화한 선들이 주제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겸손과 지속이다.
김수철은 앞으로도 그림과 음악을 병행할 계획이다. 속도를 앞세우지 않고, 성과를 경쟁하지 않는 방식이다. ‘거장’ 김수철의 다음 행보에 다시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