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구역, 韓 빠졌다가 넣었다

이번엔 시상식 태극기 오류?

단순 실수라 치부하기 어려워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대한민국 패싱에 이어 태극기 오류까지, 이쯤되면 ‘고의’ 아닌가.

올림픽은 기본 위에 선다. 공정, 존중, 그리고 국가에 대한 예의다. 그런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현장에서는 그 기본이 반복해서 흔들리고 있다.

먼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한국 패싱’이다.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1000m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는 국가별 구획이 마련돼 있었다.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그런데 한국은 없었다. 담당자에게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누가 몰래 한국만 떼 간 것 같다”는 농담 섞인 말이었다. 이어 “다음 경기에는 붙여주겠다”고 했다.

국가 구획을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사안인가. 올림픽은 동네 체육대회가 아니다. 실수라면 즉시 사과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다음엔 해주겠다”는 태도는 행정 오류를 넘어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다. 한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오랜 시간 메달을 쌓아온 빙상 강국이다. 중국과 일본 구획은 있으면서 한국이 빠졌다는 사실은 준비 부족 이상의 결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시상식에서 잘못된 태극기가 게양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태극 문양의 각도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비정상적인 형태였다. 더 심각한 건 이 오류가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자 1000m(임종언 동메달), 1500m(황대헌 은메달), 여자 1000m(김길리 동메달) 시상식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체육회는 즉각 항의에 나섰다. 선수촌 IOC 사무실과 조직위원회를 방문해 공식 규격 태극기와 잘못 제작된 태극기의 차이를 설명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공식 서한을 통해 사과와 재발 방지, 모든 행사장의 국기 규격 재확인을 요청했다. IOC와 조직위는 오류를 인정하고 재인쇄 및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반복됐다. 취재구역 ‘패싱’에 이어 국기 오류까지 겹쳤다면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국기는 한 국가의 상징이다. 시상식은 선수의 인생과 국가의 자부심이 교차하는 자리다. 그 무게를 모른다면 조직위 자격을 다시 물어야 한다.

빙판 위에서는 0.001초까지 엄격하게 가린다. 판정 하나에도 세계가 주목한다. 그런데 경기장 밖 운영이 이토록 허술하다면 설득력이 없다. 올림픽의 권위는 화려한 개회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공정한 운영과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번 일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이 흔들리면 신뢰가 무너진다. 밀라노·코르티나 조직위원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올림픽은 ‘해주는’ 무대가 아니다. 모든 참가국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자리다. 그 기본부터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어떠한 화려함도 의미가 없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