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의 인생에 스포트라이트…레진 조각으로 건네는 웃음과 위로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봄은 화려한 주인공이 아니라, 늘 주변에 머물던 얼굴로 찾아온다. 어딘가 어설프고, 조금은 촌스럽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정이 가는 인물들.

작가 김원근의 개인전 ‘춘식이의 봄’이 3월 5일부터 4월 25일까지 부산 해운대 갤러리 마레에서 열린다.

김원근의 작업은 ‘웃음’에서 출발한다. 웅장하고 기념비적인 조형 대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을 조각으로 세운다. 레진 에폭시 위에 더한 화려한 색채는 인물의 표정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양복 차림의 남성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작품은 첫눈에 익살스럽다. 불룩한 배, 짧은 팔다리, 살짝 삐딱한 시선. 그러나 시선을 오래 두면 묘한 순정이 읽힌다.

또 다른 작품 속 인물은 파란 수트를 입고 꽃다발을 안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투박한 얼굴과 둥근 체형은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만든다.

전시 포스터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꽃다발을 든 채 봄꽃 사이에 서 있다. 제목처럼 ‘춘식이의 봄’은 긴 겨울을 지나 따뜻한 계절을 맞는 순간의 감정을 형상화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짜리몽땅한 체구와 불룩한 배, 어딘가 어설픈 표정과 촌스러운 차림을 하고 있다. 첫인상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럽지만, 그 안에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 속에서 쉽게 소외되는 존재들에게 시선을 건넨다. 과장된 신체 비례와 강렬한 색채, 집요하게 다듬은 표면 질감은 인물의 감정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조연으로 남겨졌던 이들에게 조형적 중심을 부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삶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김원근은 “우리의 인생은 사각의 링 안에서 홀로 싸우는 복서와 같다”며 “어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청춘의 초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조각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의 순수함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춘식이의 봄’은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늘 스포트라이트 밖에 서 있던 평범한 이들에게 도착한 계절의 은유다.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인물은 사랑을 고백하려는 누군가일 수도,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일 수도 있다.

웃음으로 시작해 공감으로 이어지는 김원근의 예술 세계는 결국 우리 자신의 초상을 마주하게 한다.

전시는 2026년 3월 5일부터 4월 2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6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신관 B1 갤러리 마레에서 열린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