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천만 영화’는 숫자 이상의 의미다. 작품의 흥행 기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독과 배우의 커리어에 굵직한 타이틀이 되기 때문이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6일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역사상 서른네 번째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왕사남’은 감독과 배우들에게 각기 다른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순간을 남겼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에게 ‘왕사남’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의 연출 인생 첫 번째 천만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절친인 가수 윤종신은 “보급형 거장의 탄생”이라는 농담 섞인 축하를 건넸다. 장 감독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과 대중적인 감각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배우들에게도 ‘왕사남’이 안긴 상징도 특별하다. 극 중 마을 촌장 엄흥도를 연기한 유해진에게 이번 작품은 또 하나의 굵직한 기록이 됐다. 유해진은 ‘왕의 남자’(2005)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에 이어 ‘왕사남’까지 더하며 다섯 번째 천만 영화를 기록했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속에서도 안정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을 잡으며 흥행의 든든한 축이 됐다.

가장 눈부신 순간을 맞이한 배우는 단연 박지훈이다. ‘왕사남’에서 단종 이홍위 역을 맡은 박지훈은 이번 작품으로 장편 영화 스크린 데뷔를 치렀다. 그리고 데뷔작에서 곧바로 천만 영화를 만나게 됐다.

특히 박지훈은 눈빛 하나만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군주의 고단한 삶과 외로움을 표현해냈다는 연기적 호평을 받았다. 박지훈에게 ‘왕사남’은 단순한 데뷔작을 넘어 배우 인생의 상징적인 출발점이 됐다.

권력자 한명회를 연기한 유지태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앞서 유지태는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제가 출연한 영화들 중 가장 성공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된 셈이다. ‘왕사남’으로 생애 첫 천만 영화를 기록하며 배우 인생에서 또 하나의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유지태는 자신의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표시된 천만 영화 배지를 캡처해 SNS에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궁녀 매화 역을 맡은 전미도 역시 ‘왕사남’으로 첫 천만 영화의 기쁨을 안았다.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든 그는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흥도의 아들 태산 역의 김민 역시 의미 있는 순간을 함께했다. 장항준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며 긴 인연을 이어온 김민은 이번 작품으로 감독과 함께 천만의 기쁨을 나누게 됐다.

유지태는 ‘왕사남’에 대해 “이 영화는 ‘화양연화’다. 배우들의 가장 뜨겁게 빛나는 순간을 기록한 영화”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왕사남’은 단순히 관객 수로만 남는 작품은 아니다. 관객에게는 한 편의 흥행 영화로, 감독과 배우에겐 스크린 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낸 기록이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