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한일전 10연패 사슬, 객관적 전력 열세 인정한다

그러나 2008 베이징·2009 WBC도 ‘기적’이었다

이날 한일전도 기적 기대, 충분히 할 수 있다

‘끓어오르는’ 선발 고영표와 ‘푸른 눈의 거포’들 ‘활약 기대’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한국 야구가 언제부터 세계를 호령하는 ‘강팀’이었나. 우리가 기억하는 2008년 베이징의 환희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율도 사실은 ‘객관적 전력’을 뒤엎은 기적의 산물이었다. 7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6 WBC 한일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그랬듯 감동 시나리오를 그리면 된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최근 한일전 10연패라는 뼈아픈 수치가 말해주듯, 현재 한국 야구는 일본 야구에 밀리는 것이 사실. 더구나 디펜딩 챔피언 일본이다. 전날 대만을 상대로 13-0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며 무력시위를 마쳤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방망이는 이미 예열을 끝냈다. 무서운 것이 사실이다. 밀리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도 돌아보자. 한국 야구의 영광은 단 한 번도 ‘우승 후보’라는 찬사 속에서 시작된 적이 없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 말할 때, 독기를 품고 달려들어 끝내 뒤집어엎는 것이 우리 야구의 DNA였다. 스포츠 도박사들이 점치는 ‘정배(정배당)’를 비웃으며, 세상이 ‘역배’라 부르는 기적을 현실로 만들어온 민족이다.

기적은 분위기를 탄다. 다행히 이번 류지현호의 방망이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체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린 셰이 위트컴과 호쾌한 타격감을 선보인 저마이 존스, 그리고 ‘캡틴’ 이정후의 타격감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체코전에서 잠시 숨을 고른 김도영과 안현민도 오사카 평가전에서 보여준 ‘일본 투수 킬러’의 면모를 다시 꺼내 들 준비를 마쳤다. 일본 마운드가 높다지만, 우리 타선의 응집력 또한 역대 최강이라 자부할 만하다.

마운드에는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KT)가 선다. 등판을 앞두고 “마음속에서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끓어오른다”는 의미심장한 출사표를 던진 그다. 일본 타자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잠수함 유형에 정교한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일본의 호화 타선을 잠재울 ‘가장 강력한 변수’다. 그의 냉철한 투구가 일본의 기세를 꺾어놓는다면, 경기는 걷잡을 수 없는 혼전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일본의 홈구장, 일방적인 응원, 그리고 10연패의 사슬. 모든 조건이 우리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야구공은 둥글고, 승부의 신은 늘 간절한 쪽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가 ‘강팀’이라서 이겼던 적은 없다. 이겨야만 했기에, 죽을힘을 다했기에 이겼을 뿐이다.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던 그 시대의 기백이면 충분하다. 잃을 것 없는 도전자의 자세로 도쿄돔을 침공하자. 류지현호. 일본과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 기적은 오늘 밤, 다시 시작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