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4경기 연속 타점, WBC 전체 타점 1위

체코전 만루포부터 호주전 쐐기포까지

17년 만의 8강 진출 일등공신

문보경 “17년 만의 8강 멤버라 영광”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8강에서 더 잘 치겠다. 대표팀이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

서울의 ‘보물’로 불리던 사나이가 이제 대한민국 야구의 ‘국보’로 거듭났다. ‘문보물’ 문보경(26·LG) 얘기다. 문보경의 신들이 ‘타점 본능’이 없었다면, 17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선 라운드 진출 기적도 없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야구를 절망에서 건져 올린 것은 그의 맹타였다.

문보경은 이번 WBC 조별리그 4경기 내내 한국 대표팀의 확실한 ‘해결사’였다.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타점을 생산했다. 총 11타점을 기록, 대회 전체 타점 부문 단독 1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ML)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즐비한 WBC다. KBO리그의 젊은 타자가 타점왕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한 ‘난세의 영웅’이다. 시작은 지난 5일 체코전이다. 1회말 타석에 들어선 그는 도쿄돔 밤하늘을 가르는 선제 결승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제압의 선봉에 섰다.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은 활약 덕분에 대표팀은 대회 ‘첫 승’의 물꼬를 틀었다.

압박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7일 한일전에서도 문보경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1회부터 빅리거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의 공을 받아 쳐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8일 대만전에서도 귀중한 적시타로 1점을 보탰다.

‘8강행’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9일 호주전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팀 전체 득점의 절반을 홀로 책임졌다. 특히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가 터지는 순간, 외신 중계진은 그의 성을 딴 ‘문샷(Moon Shot)’이라는 찬사를 연발했다.

8강행을 확정지은 후 만난 문보경은 “솔직히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세계적인 투수와 타자들이 모인 이 무대가 주는 중압감이 엄청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표팀이 하나로 뭉친 덕분에 그 부담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타격감이 좋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는 2009년 WBC 준우승의 영광을 TV로 지켜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WBC 키즈’로서 이번 8강 진출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문보경은 “17년 만에 결선 진출이라는 한국 야구의 영예를 되찾는 역사적인 현장에 내가 8강 멤버로 포함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웃었다.

8강 진출의 비결로 ‘원팀’을 꼽았다. 그는 “매 이닝, 매 타자, 공 하나하나가 승부처였다. 우리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전력으로 던져준 것이 타자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제 시선은 결전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 결선 토너먼트는 지면 곧바로 탈락인 단판 승부다. 문보경은 “지금의 페이스를 잘 유지해서 8강에서는 더 무서운 타격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17년 만에 밟게 된 미국 본토 무대에 대해 “마이애미에는 더 강한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하나로 뭉친다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