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웃기지만 웃기고 싶지 않은 배우가 있다. 영화 ‘메소드연기’는 그 아이러니에서 출발한다.
코미디로 이름을 알렸지만 코미디가 하기 싫은 배우의 모순 속에서 정체성과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풀어낸다.
이야기는 영화 ‘알계인’ 속 외계인 연기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동휘(이동휘 분)로 시작된다. ‘알계인’ 덕분에 단숨에 스타가 되지만 이후 들어오는 제안은 하나같이 코미디뿐이다. 배우로서 진지한 연기를 인정받고 싶지만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는 여전히 ‘웃기는 배우’다.

그런 이동휘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대세 배우 정태민(강찬희 분)의 러브콜로 사극 정극 ‘경화수월’에 합류한다. 그러나 정태민은 아역 배우 시절 이동휘에게 받았던 굴욕을 되갚기 위해 극 중 설정에 몰래 외계인 요소를 추가시킨다. 이로 인해 이동휘의 자존심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이동휘는 무사히 이미지 회복에 성공하 수 있을까.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배우 이동휘’가 ‘배우 이동휘’를 연기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 인물은 가상의 캐릭터지만 동시에 실제 배우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코미디 배우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고민,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어쩌면 실제 이동휘의 고민과도 겹쳐 보인다. 이 아이러니한 설정 덕분에 영화는 자연스러운 현실감을 얻는다.

이야기는 배우의 고민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자아 성찰과 가족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동휘가 가장 벗어나고 싶어 하는 작품 ‘알계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 정복자(김금순 분)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배우에게는 지우고 싶은 과거지만 가족에게는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영화는 이 모순을 통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결국 그 모든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유명 소설 ‘데미안’ 속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문장처럼 이동휘는 마침내 ‘알계인’을 깨고 자신이 꿈꾸던 ‘메소드연기’를 펼친다. 이는 결국 성장이라는 것이 자신이 만든 틀을 깨는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다.
여기에 더해 영화는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도 담아낸다. 이동휘의 형 동태(윤경호 분)와 어머니 정복자는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족 그 자체다. 앞에서는 핀잔을 주고 툴툴대지만 결국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주는 존재들이다. 과장된 신파 대신 일상적인 모습으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중요한 힘이다. 이동휘는 말 그대로 ‘이동휘다운’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경계를 일부러 흐리며 자신의 고민을 관객과 나누는 듯한 연기를 펼친다. 덕분에 영화는 연기와 현실 사이를 유쾌하게 넘나든다.
윤경호 역시 특유의 생활감 넘치는 코믹 연기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형제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호흡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김금순이 연기한 정복자 역시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공감과 눈물을 자아낸다.
제목이기도 한 ‘메소드연기’는 배우가 인물에 완전히 몰입해 그 자체가 되는 연기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가 말하는 메소드 연기는 조금 다르다. 억지로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을 깨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이다.
가족과 정체성, 그리고 배우로서의 고민 사이에서 이동휘가 찾아가는 자신만의 연기 방식은 웃음으로 시작해 결국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만든다. ‘메소드연기’는 그렇게 우리에게도 각자의 ‘알’을 깨고 나올 용기를 건넨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