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천=정다워 기자] “강원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승리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팀인가요?”

강원FC 정경호 감독은 18일 부천FC1995와의 K리그1 4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올시즌 ACLE 4경기와 K리그1 3경기, 총 7경기에서 5무 2패로 승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ACLE와 K리그1은 묶어서 보지 말아 달라”라고 당부했다.

정 감독 말대로 강원이 ACLE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기적에 가깝다. 강원은 지난해 선수단 연봉으로 약 93억원을 썼다. 대회에 나선 팀 중에서는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153억원 정도를 쓰고 강원과 함께 16강에서 탈락한 FC서울, 206억원을 지출하고 리그 스테이지에서 탈락한 울산HD와 동일한 선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오히려 한 끗 차이로 8강에 오르지 못한 점을 칭찬하는 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강원을 보는 시선이다. 2024년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5위에 올랐다. 2년 연속 파이널A에 안착했다. 여기에 코리아컵 4강에도 진출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는 등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기대치가 높아졌다.

단순히 결과만 따른 게 아니다. 현재 강원은 리그에서 가장 유려한 빌드업과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ACLE에서도 통할 정도로 짜임새는 좋다. 일본 J리그 팀을 상대로도 증명된 경기력이다. 정 감독이 강원을 체계적이고 단단한 팀으로 만들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외부보다 축구계 내부에서 정 감독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는다는 측면에서 정 감독을 ‘포스트 이정효’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감독의 지도 속 강원은 과거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며 생존을 위해 싸우던 때와 이미지 자체가 달라졌다. 예산 규모는 K리그1에서 여전히 중하위권에 속하지만, ACLE 8강 탈락을 아쉬워할 정도로 눈이 높아졌다.

한 번 상승한 기대치는 내려가기 쉽지 않다. 강원 황금기의 주역인 정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자신이 쌓은 금자탑과 싸우는 모양새다. 결국 자신을 넘어서야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7경기에서 승리가 없다는 점은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강원은 지난해에도 슬로우 스타터였다. 올시즌 초반엔 ACLE에 집중하느라 K리그1을 우선순위에 두지도 못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핵심 스트라이커 김건희도 3월 말 복귀가 유력하다. 팀은 이미 탄탄하게 짜여 있는 만큼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곧 정상 궤도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