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정든 타이거즈 떠나 첫 재회… 헬멧 벗고 3루 원정석 향해 고개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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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지만, 11년의 세월은 뜨거웠다.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1번 타자’ 박찬호(31)가 FA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KIA 타이거즈 팬들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스포츠에서 FA는 ‘비즈니스’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 주는 팀으로 떠나는 것은 프로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비즈니스 너머에는 사람이 있고, 시간이 있다. 21일 잠실구장에서 박찬호가 보여준 ‘90도 인사’는 그가 80억 원의 몸값보다 더 귀중한 ‘태도’를 가진 선수임을 보여주었다.

◇ “굿바이 아닌 헬로” 헬멧 벗은 80억의 리드오프

박찬호에게 KIA는 단순한 전 소속팀이 아니다. 무명 시절부터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기까지,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11년을 버텨온 ‘고향’과 같은 곳이다. 배신자가 아닌, 당당한 성공 모델로서 친정 팬들 앞에 선 그는 가장 정중한 방식으로 예의를 갖췄다.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이는 찰나의 순간, 2만 관중이 보낸 박수는 그가 타이거즈에서 보낸 11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공인인증서였다.

◇ 80억의 무게, 그리고 11년의 추억

박찬호는 이제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KIA의 심장을 겨냥해야 하는 적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날의 인사는 승패보다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팀은 바뀔 수 있어도, 함께 흘린 땀방울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80억의 곰이 된 박찬호가 친정팀 KIA를 상대로 보여줄 앞으로의 승부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이 ‘낭만적인 존중’ 때문이다.

한편, 박찬호는 4년 총액 최대 80억 원으로 두산과의 계약을 했다. white2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