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6연패보다 더 무서운 숫자는 ‘0’이다. 올 시즌 롯데 선발진이 기록한 퀄리티스타트 횟수다. 현대 야구에서 선발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8경기째 6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가 없다는 것은 팀 운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 선발의 직무 유기와 야수의 조력 부족
물론 모든 비난의 화살을 로드리게스나 박세웅 등 선발진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이닝이 마무리되어야 할 시점에 터져 나오는 야수들의 실책은 투수의 멘탈과 어깨를 동시에 무너뜨린다. 하지만 선발 투수의 제1 덕목은 ‘이닝 소화’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에이스라면 최소한 6이닝은 책임지며 불펜에 휴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롯데 마운드에는 그런 ‘계산 서는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 ‘벌떼 야구’의 역설, 무너지는 필승조
선발이 4~5이닝 만에 내려가면 경기는 자연스럽게 ‘불펜 데이’가 된다. 정철원 등 필승조들이 매 경기 1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버티고 있지만, 이는 ‘내일이 없는 야구’다. 시즌은 144경기다. 초반부터 불펜 투수들이 5이닝 이상씩 던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여름이 오기도 전에 롯데의 뒷문은 헐거워질 수밖에 없다.
◇ ‘신바람’을 되찾기 위한 필승 조건
시범경기 1위라는 타이틀은 이제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타격쇼가 아니라 선발 투수의 ‘묵직한 6이닝’이다. 로드리게스의 강속구도, 박세웅의 관록도 결국 이닝 소화로 증명되어야 한다. 선발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 불펜은 지치고 타선은 조급해진다.
6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올 탈출구는 결국 마운드 가장 높은 곳, 선발 투수의 손끝에 있다. 롯데가 다시 ‘거인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10개 구단 중 유일한 ‘QS 제로’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부터 떼어내야 할 것이다. white2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