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베테랑 백정현, 326일 만에 승리 투수

11일 NC전에서 2이닝 무실점 호투

위기 끊으며 팀 5-4 승리에 기여

“삼성 불펜, 보고 있으면 배부르다”

[스포츠서울 | 대구=김민규 기자] “보고 있으면 배부르다는 느낌을 처음 느껴본다.”

‘베테랑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투수다. 자기도 잘하는데, 동료들을 또 치켜세운다. 삼성 ‘백쇼’ 백정현(39) 얘기다. 이 한마디에 현재 삼성 불펜 분위기가 보인다. 위기의 순간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끊고, 다시 승리를 지켜낸다. 백정현이 삼성 마운드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정현은 11일 대구 NC전에서 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했다. 선발 잭 오러클린이 제구 난조로 3이닝 만에 내려가면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위기였다. 백정현이 끊었다.

4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를 가볍게 처리한 뒤 안타 하나를 허용했다. 중심 타선을 외야 뜬공으로 막아냈다. 이어진 5회는 완벽했다. 삼자 범퇴로 이닝을 지웠다. 삼성은 흐름을 되찾았고, 결국 5-4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승리투수는 백정현이다. 지난해 5월 이후 무려 326일 만이다.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만난 그는 “볼넷이 많아 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던졌는데 운 좋게 정면 타구가 많았다”며 “뒤에 투수들이 더 힘든 상황이었는데, 잘 막아줘서 승리로 이어졌다”고 승리의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사령탑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었는데 백정현이 2이닝을 잘 수습해 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사실 더 큰 의미는 ‘복귀’ 자체다. 백정현은 지난해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이후 재활에 집중하며 돌아왔다. 올시즌 5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 중이다. 출발이 좋다.

그는 “아프지는 않지만 투구 후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그래도 팀에서 잘 관리해주고 있다”면서 “구속이 아직 140㎞도 안 나와서 부담도 있고, 책임감도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구속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화도 있었다. 운동 방법을 살짝 바꿨다. 구위와 구속 강화를 위해서다. 백정현은 “새로운 루틴이라기보다, 재활하면서 보강 운동을 많이 늘렸다. 예전보다 더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불펜에 대한 믿음이다. 일각에서 ‘삼성 불펜이 약하다’고 한다. 백정현은 “나는 든든하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다들 자신감이 있다. 지난해 가을야구 경험 덕분에 더 성장한 느낌이다. 보고 있으면 배부르다는 느낌을 처음 느껴본다”며 웃었다.

말 그대로 ‘든든한 불펜’이다. 이날도 백정현 이후 배찬승-미야지 유라-이승현-김재윤이 이어 던지며 무실점 릴레이를 완성했다.

개인 욕심은 내려놨다. 그는 “승리보다 중요한 건 내가 올라왔을 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부상을 딛고 돌아온 좌완 백정현이 재증명한 존재감. 삼성 불펜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