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영화 ‘바람’ 이후 17년, 그러나 ‘짱구’는 그 시간을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부산의 감성 그대로를 또 한번 스크린에 재현했으나 그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다.

‘짱구’는 무명 배우 짱구(정우 분)의 도전과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09년 개봉해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며 ‘비공식 천만’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바람’의 후속편이다.

전작이 10대 시절의 거칠고 불완전한 감성을 담아냈다면 ‘짱구’는 어른이 된 이후의 시간을 따라간다. 20대 후반이 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배우의 꿈을 좇는 짱구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돈다. 그래서 영화는 그가 ‘왜’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배우 정우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짙게 투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작중 시간이 10여 년 흘렀음에도 ‘시간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짱구는 분명 20대 후반이지만 인물의 감정과 태도는 여전히 10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단순히 성인이 된 뒤 10대 시절 친구를 만나 그 시절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짱구’는 그 감정에만 머문다. 미숙함을 지나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반복하고 답습한다.

또한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는 현실성을 강조하려는 듯 거칠고 날것 그대로다. 하지만 그 ‘날것’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피로감을 만든다. 비속어와 욕설이 관계의 친밀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하기보단 관객과의 거리를 벌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두 번의 표현이라면 인물의 결을 살리는 장치가 될 수 있었겠지만 영화 전반을 값싼 대화로 채우는 순간 설득력을 잃는다.

무엇보다 중심에 서 있는 짱구라는 인물도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짱구는 스스로를 배우라고 규정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절박함이나 태도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넌 10년, 20년 후에도 오디션이나 보고 있을 거야”라는 극 중 민희(정수정 분)의 대사는 단순한 독설이 아니라 이 인물을 꿰뚫어보는 핵심에 가깝다. 꿈을 좇는 청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갈피를 못 잡고 ‘꿈’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는 비겁함이다.

이 작품이 정우의 자전적 서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설정은 더욱 복잡한 감정을 남긴다. 짱구가 무모하지만 순수한 청춘으로 그려지길 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연민에 가깝다. 시놉시스 속 ‘오디션 천재’라는 말이 무색하게 청춘의 성장이 아닌 어설픈 (짝)사랑 놀음으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또한 짱구를 중심으로 서사가 움직이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은 기능적으로 소모된다. 특히 민희 캐릭터는 시대착오적인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화려한 명품에 비싼 외제차, 여기에 술집을 운영하고 단골 손님과 유달리 가까운 민희는 결국 ‘꽃뱀’이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수렴된다. 실제 민희의 정체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짱구의 각성을 위해 소비될 뿐이다.

결국 ‘짱구’는 성장 서사를 말하고 싶어 하지만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지 못한다. 미성숙한 인물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변화하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은 듯 하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디션 장면도 뒤늦은 수습에 가깝다. 그 결과 영화는 청춘의 분투가 아닌 자기 위로에 가까운 이야기로 남는다.

15년 만에 돌아온 ‘짱구’는 ‘바람’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기대는 컸다. 그러나 그 시간의 간극을 채우지 못한다. 여전히 짱구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영화가 끝나면 머릿 속에 맴도는 질문은 하나뿐이다. 이 이야기가 다시 극장에 나오기까지 왜 아무도 못 말렸을까.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