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도, 확실한 에이스 ‘믿음직’
나머지 선발, ‘조기강판’ 잇달아
불펜이 너무 많이 던진다
선발진 ‘각성’ 절실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스판과 세인, 다음은 우천 취소.’
1948년 미국 현지에서 나온 말이다.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원투펀치’ 워렌 스판-조니 세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이 둘이 워낙 강력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투수가 아쉬웠다. 그래서 ‘비가 와서 경기가 안 열리기를 기도하라’는 의미로 이런 문구가 나왔다.
2026년이다. 이와 비슷한 팀이 KBO리그에 하나 있다. 삼성이다. 다른 면이 있다면, 우천 취소를 ‘주 4회’ 기도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아리엘 후라도 홀로 ‘우뚝’하다. 다른 투수들은 5이닝이 어렵다. 꽤 심각한 문제다.

후라도는 올시즌 4경기 25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2.16 기록 중이다. ‘에이스’ 맞다. 가장 못 던진 것이 6이닝 3실점이다. 특유의 이닝 소화력에 실점 억제력까지 탁월하다.
문제는 다른 쪽이다. 한 번이라도 선발로 나선 투수가 5명이다. 최원태와 잭 오러클린, 양창섭과 왼손 이승현이 있고, 원태인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이들의 합계 평균자책점이 6.89다. 합계 승수도 단 1승이다. 양창섭이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으로 거둔 1승이 전부다.

이닝은 더 좋지 않다. 이 5명의 경기당 평균 이닝수가 4.18이닝이다. 4회까지 막은 후 5회 도중 내려간다는 얘기다. 양창섭은 2회 강판이 한 차례 있고, 왼손 이승현도 3회에 내려온 적이 있다. 최원태는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5회 이전 강판이다. 오러클린도 네 경기 가운데 세 경기에서 조기에 내려왔다.
이는 불펜 과부하를 부른다. 일단 지금은 잘 버티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2.67로 당당히 1위다. 팀이 12승 만들었는데, 불펜이 올린 승수가 9승이다. 10개 구단 중 단연 최다승이다.

대신 경기당 불펜 소화 이닝이 4.44이닝이다. 10개 구단 중 최다 2위다. 경기마다 5회면 불펜이 투입되고, 아웃카운트 13~14개를 불펜이 잡고 있다는 얘기다. 시즌 19경기 치렀는데, 10경기 등판한 투수가 이미 4명이다.
사람의 체력은 유한하다.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초반이기에 문제가 없다. 불펜이 막는 사이 타선이 힘을 내면서 이기는 양상이 자주 나온다. 대신 갈수록 불펜 부담이 커진다.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매일 기우제를 지낼 수도 없는 일이다.

78년 전 스판이 257이닝, 세인이 314.2이닝 먹었다. 그때는 이게 이상하지 않았다. 에이스급 투수들은 300이닝씩 소화하던 시기다. 지금은 아니다. 후라도가 아무리 많이 던져도 이렇게까지는 안 된다.
‘오롯이 잘 되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이게 제일 문제다. 다른 선발투수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목표가 우승이다. 강한 선발 없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