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아시안게임 ‘전초전’ ECA 개막

韓 대표팀, 39·41·45세 구성 ‘불혹의 대표팀’

ECA서 日에 1-3 패배 준우승

“나고야서 반드시 금메달 따겠다” 각오

[스포츠서울 | 진주=김민규 기자]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시간은 흘렀지만, 손은 여전히 빠르다. ‘승부욕’ 만큼은 10대, 20대 못지않게 더 뜨겁다.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관우가 당시 44세의 나이로 대한민국 대표팀 ‘최고령’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처음 정식 종목이 된 e스포츠, 그중에서도 대전 격투 게임은 젊은 선수들의 무대라는 통념을 뒤집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변’이 아닌 시작이었다.

2026년, 그 흐름은 더 강하고 선명하게 이어진다. 한국 대전 격투 대표팀은 평균 나이 40세를 훌쩍 넘는다. ‘무릎’ 배재민(41·철권8), ‘DakCorgi’ 연제길(39·스트리트 파이터6), ‘MadkoF’ 이광노(45·더 킹 오브 파이터즈15).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강성훈 감독(43)까지. 말 그대로 ‘불혹의 대표팀’이다.

물론, 아직 대표팀 확정은 아니다. 최종 명단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24일 진주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강 감독은 “확정은 아니지만,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결국 이들이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해 달린다.

그 전초전이었던 2026 아시아 e스포츠 대회(ECA)에서도 존재감은 충분했다. 예선에서 베트남, 태국, 일본을 연달아 꺾으며 조 1위로 결승에 직행했다. 비록 결승에서 일본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경쟁력’만큼은 충분히 입증했다.

경기 후 만난 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좋은 실험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개인전 중심이던 격투 게임을 팀전으로 치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선수들과 함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순한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둔 이유다.

선수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배재민은 “단판 승부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실력을 다 보여주기 전에 끝난다”고 했다. 연제길 역시 “빠른 판단과 압박감 속에서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광노는 “팀전으로 서로의 역량을 확인한 의미 있는 무대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 번 배우고, 경험했다. 이번 대회 방식은 아시안게임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더 값진 경험이다. 이제 시선은 본 무대로 향한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단순히 ‘경험 많은 선수들’이 아니다.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현역 최정상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기 감각과 순간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무너지지 않는 멘탈. 이것이 바로 ‘불혹의 힘’이다.

김관우의 금메달이 상징했던 것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경쟁력, 그리고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의 깊이다. 오락실 시절부터 이어진 손끝의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철권의 전설 배재민의 다짐. ‘불혹의 대표팀’이 올해 나고야에서 다시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