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수출 날개 달았지만…안방은 철저히 외면

‘멀티 브랜드 전략’ 무색한 빈약한 라인업…“하청 기지 전락 우려”

다급해진 ‘현금 살포’ 프로모션…근본적 체질 개선 없인 락인(Lock-in) 불가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GM 한국사업장이 지난 4월 총 4만 7760대(완성차 기준)의 판매고를 올리며 겉보기엔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전년 동월 대비 14.7% 증가한 수치로,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월 4만 대 돌파’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뼈아프다.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은 4만 6949대에 달하는 해외 수출 물량일 뿐, 국내 내수 판매는 단 ‘811대’라는 참담한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① ‘수출 원툴’이 만든 착시효과… 811대의 민낯

현재 GM 한국사업장을 지탱하는 것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두 차종의 수출 물량이다. 지난달 두 모델의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7%, 24.7% 증가하며 상승세를 탔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하고, 지난해 미국 소형 SUV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상품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우 3년 연속 한국 승용차 수출 1위(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기준)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차량이 유독 한국 안방에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4월 내수 판매 811대라는 숫자는 단순한 부진을 넘어, 브랜드 자체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바닥을 쳤다는 것을 시사한다.

② ‘멀티 브랜드 전략’의 공허한 외침

GM 한국사업장 측은 “멀티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 고객에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선보이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외에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볼륨 모델이나 신차 라인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기획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 생산까지 전 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하면서도 정작 국내 시장 점유율은 포기하다시피 한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 GM 한국사업장이 글로벌 시장을 위한 단순 ‘소형 SUV 하청 생산 기지’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③ 다급해진 프로모션, ‘근본 원인’ 해결이 먼저다

위기감을 느낀 GM 한국사업장은 5월 대대적인 판촉전에 돌입했다. 스파크, 마티즈, 다마스, 라보 등 자사의 구형 모델 보유 고객이 신차를 구매하면 100만 원을 쥐여주는 ‘홈커밍 페스티벌’을 비롯해, 고령자 가족 및 노후 경유차 보유자에게도 현금을 지원하며 다급하게 내수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단순한 현금성 할인 공세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굳어버린 내수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신차 투입,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인포테인먼트 및 편의 사양 보강, 그리고 AS 네트워크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누적 200만 대 돌파’라는 글로벌 성과에 취해 안방을 계속 비워둔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내에서 GM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기형적인 수출과 내수의 엇박자를 해결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