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어떻게 소녀들이 이렇게 용감할 수 있나요?”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이후 김민하 감독이 인도네시아 소녀 관객에게 받은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시 한 번 ‘용감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꺼내 들게 했다. 위대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대단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호러블리 코미디 영화 ‘교생실습’이다.

‘교생실습’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열혈 MZ 교생 은경(한선화 분)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호러 코미디다. 13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민하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귀신에 맞서는 소녀들의 서사를 이어간다. 다만 호러의 비중은 덜어내고 코미디를 한층 전면에 내세웠다. 이유는 단순하다. 감독 자신이 공포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김민하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저 무서운 거 진짜 싫어해요”라고 실토했다.

“어릴 때 ‘주온’을 보고 한약까지 먹고, 목사님 기도도 받았어요. 토시오만 한 애들 보면 아직도 놀라요. 그래서 원래 공포 영화를 안 봤죠. 그런데 감독을 꿈꾸다 보니 신인은 호러로 데뷔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 거예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감독’ 김민하의 출발부터 범상치 않다. 근데 영화는 더 심상치 않다. 사실상 호러는 이용 당한 것에 가깝고, 본체는 코미디다. 그도 그럴것이 공포물을 못보는 공포 영화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귀신이 그토록 무섭고, 겁나는 것이라면 그들의 권위를 철저하게 끌어내려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작했다.

그래서 전작부터 호러와 코미디를 섞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다. 전작 개봉 당시 ‘호러’로 홍보했다가 세간의 뭇매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점 1점과 10점 관객분들이 싸우셨어요. 서로 바이럴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저는 관객분들이 귀신 때문에 놀라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가 ‘주온’을 봤을 때 토시오가 극장 밖까지 저를 따라왔거든요. 그런 기억들 때문에 귀신들이 극장 밖으로는 안 나갔으면 했어요. 귀신은 저 스크린 안에만 존재해야 하는 거죠. 그 부분이 코미디였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의 코미디는 단순하지 않다. B급을 넘어, 때로는 Z급에 가까운 엉뚱함까지 넘나든다. 김민하 감독은 이를 ‘야구의 볼배합’에 비유했다. 타자를 헷갈리게 하듯, 관객이 “이게 뭐지?” 하는 순간들을 계속 던진다는 의미다. 툭툭 던지는 농담 사이에 결정적인 웃음 포인트를 숨겨두는 방식이다.

기묘한 리듬을 이끄는 중심에는 이번에도 10대 소녀들이 있다. 김민하 감독은 특유의 감각으로 여고생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남고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흥미롭다.

“남고에 귀신이 나온다? 상상이 안 돼요. 어떻게 처리(?)될지 뻔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여고는 묘하게 상상이 되더라고요. 다만 제가 잘못 이해할 수 있으니까 여자 스태프나 제 여동생에게 계속 피드백을 받았어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다. 영화 속에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의 귀신이 등장하는데 실제 수능은 이미 ‘국어·수학·영어’로 명칭이 바뀐 상태였다. 이를 알게 된 건 영화가 완성된 뒤였다.

“제가 피드백을 정말 잘 듣는 편인데요, 이건 진짜 기억이 안 나요. 근데 이 정도로 중요한 얘기면 제 멱살이라도 잡고 말해줬어야 하지 않나요?”

뻔뻔함이 제법이지만, 결국 김민하 감독은 매 무대인사와 GV 마다 ‘대국민 사과’를 이어가는 중이다.

유쾌한 현장이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전작의 아쉬운 흥행 성적으로 제작비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그 과정에서 번아웃도 겪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소녀들’이었다.

“전작이 왓챠에서 ‘걸스나잇’ 추천작으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1위를 했어요. 주연 배우 김도연도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았고요. 그때 불씨가 다시 살아났죠. 이 영화가 소녀들의 우정 이야기잖아요. 실제로도 그 우정이 영화를 다시 살려준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그에게 또 다른 용기를 준 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관객들이었다. 시사회가 끝난 뒤 히잡을 쓴 소녀들이 건넨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어떻게 소녀들이 이렇게 용감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어요. 그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요.”

‘교생실습’ 역시 그런 용감한 소녀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무너진 교권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고 있다. 영화의 출발점에는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있었다.

“이 영화가 스승의 날 이틀 전에 개봉해요.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지금도 교단을 지키고 있는 선생님들을요. 혼자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가 작은 연대가 되길 바랍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