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에게는 종종 특정 캐릭터가 평생의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그리고 어떤 배우는 그 수식어를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연기 자체로 증명해낸다.

배우 하윤경에겐 ‘봄날의 햇살’이라는 말이 꼭 그렇다.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하윤경은 그렇게 자신의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2015년 국립극단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한 하윤경은 같은 해 영화 ‘소셜포비아’를 통해 스크린까지 꿰찼다. 2018년 드라마 ‘최고의 이혼’으로 안방극장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였다. 짧은 등장만으로도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눈도장을 찍은 하윤경은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단숨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극 중 하윤경이 연기한 최수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기 우영우(박은빈 분)를 질투하면서도 누구보다 세심하게 챙기는 인물이다. 경쟁심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캐릭터에 현실적인 숨결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작품 속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건넨 “넌 봄날의 햇살 같아”라는 대사는 드라마를 넘어 하윤경이라는 배우를 대표하는 문장이 됐다. “밝고,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설명처럼 하윤경의 연기에는 특유의 온기가 배어 있다. 누군가를 함부로 미워하지 않고, 인물의 감정을 끝까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 매력은 이후 작품들에서도 이어졌다.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거치며 하윤경은 장르와 캐릭터를 조금씩 넓혀갔다. 그리고 올해 방송된 ‘언더커버 미쓰홍’에서는 또 한 번 섬세한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윤경이 맡았던 고복희는 처음엔 빌런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안에 숨겨진 상처와 사연이 드러나고, 결국 홍금보(박신혜 분)의 편에 서서 용기를 내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하윤경의 연기에는 늘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는다. 어떤 순간에는 미울 수 있어도 결국은 시청자가 그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든다.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결을 섬세하게 쌓아 올린다. 그래서 하윤경의 캐릭터들은 유난히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다. 마치 실제로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하윤경은 ‘언더커버 미쓰홍’으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여자 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또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시간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하윤경의 시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JTBC 새 드라마 ‘신의 구슬’과 영화 ‘아파트’까지 올해 하반기 역시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장르도, 캐릭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건 결국 하윤경만이 가진 ‘공감’의 힘이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