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최근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린 변동성 장세 속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앞지르며 자산관리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감정을 배제하고 초 단위로 리밸런싱을 실행하는 AI 알고리즘이 하락장에서 탁월한 방어력을 증명하자, 시중은행들은 ‘초개인화 AI PB’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로보어드바이저(RA)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4.76%를 기록하며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 특히 유진자산운용의 ‘유진챔피언뉴이코노미 4.0’과 같은 대표적 AI 펀드는 연간 34.58%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내며 주목받았다. 반면, 동일 기간 인간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24%에 그쳐 AI와의 격차가 뚜렷해졌다. AI는 하락 신호 포착 즉시 안전자산 비중을 극대화하는 기계적 대응으로 손실을 최소화한 반면, 인간 매니저는 심리적 요인으로 대응 실기를 범한 것이 결정적 차이였다.

수치로 증명된 성과에 시중은행들의 ‘AI 금융’ 행보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의 ‘아이웰스(AI-Wealth)’는 구독 가입자 14만 명을 돌파했으며, 최근 AI를 통한 관리 자산 규모(AUM)가 총 2조 6000억 원에 달한다. 모바일 앱 하나로 고액 자산가들만 누리던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은 전국 영업점의 500개 이상의 ‘디지털 데스크’에 AI 뱅커를 전진 배치했다. 고객의 과거 매매 패턴과 실시간 시장 상황을 분석해 고배당 및 테마형 펀드를 즉석 제안하며, 대면 영업의 한계를 데이터로 극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케이봇 쌤’과 우리은행의 생성형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역시 누적 관리 금액이 조 단위에 육박하며 ‘AI 자산관리’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여기에 2025년부터 본격화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는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약 4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AI가 직접 자산을 굴릴 수 있게 되면서,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원하는 직장인들의 자금이 AI 알고리즘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제 금융권의 핵심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지점’이 아닌 ‘얼마나 정교한 자체 AI 엔진’을 보유했느냐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의 AI가 단순 보조 도구였다면, 이제는 생성형 AI와 결합해 인간 매니저가 놓치는 미세한 알파(초과 수익)까지 잡아내고 있다”며 “AI 자산관리의 대중화로 인해 전통적인 자산관리(WM) 모델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 알고리즘의 불완전 판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소비자 보호 장치와 금융당국의 정교한 가이드라인 마련은 본격적인 AI 금융 시대를 앞두고 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