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15일 발표된 이번 지분 투자(지분율 6.55%, 228만4000주)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빅뱅’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핀테크나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 수준에 머물렀던 시중은행이 직접 가상자산의 심장부인 블록체인 인프라와 플랫폼을 내재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 금융 패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엿보인다.
◇ 카카오 지분 전격 인수…‘블록체인 외화송금망’ 상용화 초읽기

이번 딜의 핵심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했던 두나무 지분을 하나은행이 전격 인수하며 ‘초대형 금융-디지털 동맹’을 맺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이 그리는 청사진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정) 망을 우회하는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망’의 구축이다.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Giwa Chain)’을 활용해 실시간 정산과 수수료 절감을 이뤄내고, 외국환 시장 1위 자리를 영구적으로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복잡한 중개 은행을 거치며 발생했던 높은 비용과 긴 송금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기업 고객들의 편의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이미 포스코인터내셔널 등과의 기술 검증을 마쳐 상용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선점 및 차세대 종합자산관리(WM) 혁신

둘째, 원화 스테이블코인(KRW-SC) 생태계 선점이다. 세계적으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득세하는 가운데,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유통, 사용, 환류까지 이어지는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흐름과 맞물려 민간 차원의 화폐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셋째, 디지털 자산이 융합된 ‘새로운 종합자산관리(WM)’의 탄생이다. 하나금융의 전통적인 펀드, 신탁, 연금 운용 노하우에 업비트가 보유한 압도적인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와 고객군을 결합한다. 앞으로 VIP 고객들은 은행 창구나 앱에서 예적금, 주식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포트폴리오까지 한 번에 관리받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나아가 가상자산 투자에 익숙한 MZ세대 등 신흥 고액 자산가들을 전통 금융권으로 포섭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 1조원 규모 과감한 베팅…“한국 금융 한계 돌파하는 승부수”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이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이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 투자는 내수 시장에 갇힌 한국 금융의 한계를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인프라를 통해 돌파하려는 승부수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1조원 규모의 과감한 베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의 이번 파격적인 행보는 향후 경쟁 금융지주사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촉발하는 강력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