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2021년 페퍼저축은행은 요란하게 등장했다. 배구계에서는 착실하고 내실 있게 준비해 V리그에 들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최대한 빠르게 리그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좋게 보면 의욕적이었다.
5년이 지났고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에서 짐을 쌌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기업 사정으로 인해 돈이 되지 않는 배구단을 정리했다. 초기의 시끌벅적함은 구름처럼 증발했다.
해체 위기 속 등장한 기업은 SOOP(숲)이다.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으로 과거 ‘아프리카TV’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SOOP이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V리그 여자부는 2026~2027시즌에도 7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해체 후 다가올 혼란을 피한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페퍼저축은행처럼 단기간에 사라질까 하는 우려다.
V리그 구단은 산업 구조가 부실하다. 산업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사실 민망하다. 흑자를 내는 건 고사하고 홍보를 명목으로 모기업에서 주는 돈을 쓰기만 하는 조직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중요한 게 모기업의 규모다.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정관장, 그리고 흥국생명까지 모두 2025년 기준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한 대기업들이다. 1년에 100억원 미만을 쓰는 배구단을 운영하기에 무리가 없다. 가성비 좋은 홍보 정도의 개념으로 지출할 만하다.

새로 들어올 SOOP은 기존 구단 모기업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2025년 매출액이 5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영업 이익은 1220억원 수준이다. 지금이야 의욕적으로 V리그에 뛰어들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질 경우 유지가 가능할지 물음표가 붙는다. 게다가 기업 특성상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우리 인프라에선 차라리 6개 구단 체제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새로 시작하는 SOOP은 초기에 페퍼저축은행처럼 ‘승점 자판기’가 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불참했고, 자유계약(FA) 시장에서도 손을 놨기 때문에 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시즌 재미를 반감할지도 모른다. 몇 년간은 고전할 가능성도 크다. 우리나라의 빈약한 아마추어 인프라를 생각해도 7개 구단은 많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이 들어온 뒤 리그의 전반적인 수준이 내려간 경향이 있다”라면서 “겨우 조금 경쟁할 만한 수준이 됐는데 리셋이 됐다. 현재 상황에서는 초반의 페퍼저축은행처럼 고전할 것 같다. 한 팀이 너무 떨어지면 재미가 떨어지는데 벌써 걱정이 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여러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선 결국 SOOP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간 구단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고 전력 보강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작업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미 많이 뒤처진 상태로 출발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다음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배구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