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멕시코시티=정다워 기자] 개최국과 싸우는 것만큼 피곤한 게 없다. 상대가 멕시코라면 더 그렇다.

멕시코는 축구에 ‘미친’ 나라다. 멕시코시티 시내 어느 곳을 둘러봐도 온통 축구 관련 광고물뿐이다. 라울 히메네스나 요한 바스케스, 기예르모 오초아 같은 유명 선수는 각종 광고 모델로 활약한다. 축구 선수 외 모델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거리는 멕시코의 녹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 사람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라를 물들인 것처럼 멕시코는 온통 ‘녹색 물결’이다.

경기장 분위기도 압도적이다. 지난 12일 개막전이 열린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은 8만 관중이 가득 채웠다. 과거엔 11만 명도 입장한 초대형 경기장. 어렵지 않게 매진시키는 나라가 멕시코다.

응원 분위기도 마찬가지. 엄청난 데시벨로 개막전 상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압박했다. 공을 잡을 때마다 나오는 야유에 남아공 선수는 위축된 듯 실수를 연발했다. 남아공 선수만 두 명이나 레드카드를 받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흘러갈 정도였다. 골이 들어가면 멕시코 관중은 모자를 앞으로 던지고 마시던 맥주까지 끼얹는다.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열광한다.

멕시코는 한국에 우호적이다. BTS 정국, 블랙핑크 로제 등이 모델로 활동하는 패션 브랜드의 사진을 쇼핑몰에서 볼 수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면 적지 않은 이들이 국적을 물으며 “안녕하세요” 정도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한국은 이미 멕시코의 사랑을 첫 경기에서 경험했다. 체코전에서 멕시코인은 한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홈에서 느낄 만한 공기를 연출했다. 한국으로서는 큰 힘이 됐다.

2차전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될 전망이다. 멕시코 관중이 아무리 한국을 좋아해도 맞대결에선 ‘적’일 뿐이다. 경기가 열리는 아크론 스타디움은 멕시코의 녹색으로 가득 찰 게 분명하다. 소수의 붉은 악마 응원 소리는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아공이 그랬던 것처럼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 경기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기일수록 선수의 ‘멘탈’이 중요하다.

멕시코는 전력이 탄탄한 팀이다. 남아공전에서 입증했듯 A조의 유력한 1위 후보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양질의 스쿼드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지도력과 경험에 압도적인 기세의 홈 응원은 홍명보호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다. 이겨내지 못하면 경기는 어렵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