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닝족’ 사라지고 ‘차단족’ 뜬다…하얀 피부 트렌드로 급부상

월드컵 열풍이 바꾼 여름 패션…시스루 가디건·암막 우양산 불티

오전 거리응원 늘자 판매 급증…패션업계 웃게 한 UV 차단템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에서 공동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시차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오전과 낮 시간대에 주요 경기가 집중되면서 거리 응원 문화의 풍경마저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심야나 새벽 응원이 주를 이뤘던 과거의 월드컵과 달리, 출근 전 광화문광장에 모이거나 야외 카페,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개방된 공간 등에서 밝은 햇살 아래 응원전을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응원의 열기가 고조될수록 시민들의 고민도 함께 깊어졌다. 바로 내리쬐는 강한 자외선 때문이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장시간 노출된 채 머무르게 되면 심각한 피부 손상은 물론 색소 침착, 피부 노화의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에서는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하면서도 본인만의 스타일을 십분 살릴 수 있는 이른바 ‘살안타템(살이 타지 않게 막아주는 아이템)’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구릿빛 피부가 건강미의 상징으로 각광받았다. 해변이나 야외 수영장에서 일부러 피부를 까맣게 태우는 선탠 문화가 크게 유행했고, 전문 태닝숍이 도심 곳곳에서 성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잡티 없이 깨끗하고 하얀 피부를 유지하면서도 탄탄하고 건강한 체형을 가꾸는 것이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일찍부터 피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외선 차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관련 패션 및 뷰티 시장도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일상 속 ‘살안타템’은 단연 린넨 셔츠를 꼽을 수 있다. 린넨 소재는 본래 통기성이 무척 뛰어나고 땀 흡수가 우수해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특히 긴 소매 디자인이 주를 이루어 팔과 어깨 라인을 자연스럽게 가려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최근에는 아예 UV 차단 기능이 특수 코팅된 린넨 제품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더해주는 흰색이나 베이지, 스카이블루 계열의 제품들은 여름철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실제로 폴로 랄프로렌의 ‘클래식핏 린넨 셔츠’는 패션과 기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 사례다. 클래식한 패치 포켓과 시그니처 포니 자수로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더했으며, 오버사이즈핏으로 몸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적다. 여기에 린넨 특유의 우수한 통기성까지 더해져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폭염용 출근 정석템’으로 불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시스루 가디건도 선풍적인 인기다. 속이 비칠 정도로 얇고 가벼운 소재로 제작되어 덥지 않으면서도 피부가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쾌적한 반소매 티셔츠나 민소매 의상 위에 부담 없이 가볍게 걸칠 수 있어 패션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에어컨 냉방이 강하게 가동되는 실내 공간에서는 급격한 체온 저하를 막아주는 유용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해지스 골프 우먼에서 선보인 ‘세일러 카라 시스루 가디건’은 얼굴이 한층 작아 보이는 세일러 카라 디테일을 접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은은하고 산뜻한 마린 무드를 연출해 주며, 초경량 쿨터치 원사를 사용해 뜨거운 야외에서도 시원하게 착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웃도어 활동을 겨냥한 기능성 UV 차단 아우터 역시 폭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수 자외선 차단 원단을 적용한 이들 제품은 일반적인 의류에 비해 자외선 투과율을 혁신적으로 낮춰 피부 보호 효과를 극대화한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냉감 기능까지 추가로 적용해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도 얼음처럼 시원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이는 야외 거리 응원은 물론 캠핑, 골프 등 장시간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특히 각광받는 요소다.

유니클로의 ‘울트라 스트레치 에어리즘 UV 프로텍션 풀집 후디’는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가벼움과 자외선 차단 울트라 스트레치 원단을 채택해 어떤 움직임에도 편안한 활동성을 보장한다. 부피가 작고 컴팩트해 휴대하기 좋은 데다 6가지의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어, 부담 없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패션 잡화 시장에서도 자외선 차단을 목적으로 한 모자 판매량이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볼캡은 얼굴 상단부를 효과적으로 가려주며 캐주얼한 스타일링을 돕는다. 챙이 넓은 버킷햇은 얼굴뿐만 아니라 자외선에 취약한 귀와 목 뒷부분까지 폭넓게 보호할 수 있어 실용성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아예 목덜미 전체를 덮어주는 플랩(덮개)이 부착된 기능성 아웃도어 모자까지 등장해 레저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선글라스 역시 여름철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자외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안구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한 자외선에 무방비로 지속 노출될 경우 각막 손상과 눈의 피로감이 급증할 수 있어,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해 주는 UV400 렌즈가 적용된 기능성 선글라스 수요가 꾸준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장시간 착용해도 콧대나 귀가 아프지 않도록 가볍고 착용감이 우수한 제품 라인업이 대폭 늘어나면서, 단순한 눈 보호용을 넘어 일상적인 데일리 패션 아이템으로 그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올여름 소비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아이템은 단연 ‘우양산’이다. 갑작스러운 비를 막아주는 우산의 본분과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양산의 기능을 완벽하게 동시에 갖춘 실용적인 제품으로, 특히 내부에 암막 코팅 처리를 적용한 제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짙은 암막 코팅은 태양광을 물리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차단해 우산 밑의 체감온도를 눈에 띄게 낮춰주고 자외선 노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일부 고급 암막 우양산은 ‘자외선 차단율 99.9% 이상’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패션업계는 이제 의류의 UV 차단 기능을 단순한 부가적인 스펙이 아닌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 역시 제품을 구매할 때 눈에 보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능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에 발맞춰 각 브랜드들은 UV 차단 원단, 피부 온도를 낮춰주는 냉감 소재, 입지 않은 듯한 초경량 설계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매년 관련 시장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일상복이나 아웃도어 의류를 선택할 때 브랜드와 디자인 못지않게 자외선 차단 기능과 오랜 시간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는 편의성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월드컵의 역대급 거리 응원 열기와 본격적인 한여름 폭염 시즌이 맞물리면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켜주는 ‘살안타템’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