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실패는 시작일 뿐… 진짜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이제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스포츠서울 | 글·사진 이상배 전문기자] 결국 ‘경우의 수’마저 한국 축구를 외면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마지막 희망이던 다른 경기 결과까지 따라주지 않으면서 2026 FIFA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귀국길에 올랐고, 국민들은 또 한 번 허탈함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이번 탈락은 결코 이변도, 우연도 아니다.
필자는 이미 2024년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질의 청문회장에서 이번 사태를 예감했다.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국민의 의혹이 커지면서 국회가 직접 검증에 나선 자리였다.
청문회에서 확인한 것은 한국 축구의 가장 큰 적이 상대 팀이 아니라 협회 내부의 낡은 시스템이라는 사실이었다.
국회의원들은 감독 선임 절차와 전력강화위원회의 독립성,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하지만 국민이 듣고 싶었던 답은 없었다.
누가 결정했고, 왜 그렇게 결정했으며,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는지 끝내 명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청문회장을 나오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있었다.
“이런 시스템으로 과연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 우려는 불과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홍명보 감독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상대를 공략할 전술은 보이지 않았고, 빌드업은 답답했으며, 공격 패턴은 단조로웠다. 경기 흐름을 뒤집을 용병술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수들은 뛰었지만 팀은 뛰지 못했다.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하는지 분명한 그림이 없는 축구였다. 더욱 답답했던 것은 경기 후 책임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홍 감독은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책임이라는 말이 아니라 책임지는 행동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전술 실패와 수비 붕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한국 축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축구는 바뀌지 않았다.
왜일까? 감독을 선임한 주체가 대한축구협회이기 때문이다.
논란 속에서도 선임을 강행했고, 국민적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으며, 실패 이후에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 조직 역시 대한축구협회다. 더 큰 책임은 지난 13년 동안 협회를 이끌어 온 정몽규 회장 체제에 있다.

대표팀 감독 선임은 번번이 논란이 반복됐고, 전력강화위원회의 독립성은 흔들렸으며, 협회의 행정은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패는 반복됐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를 운영하는 조직이어야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특정 세력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유지하며 기득권을 지키는 폐쇄적인 조직으로 비쳐왔다.
그 결과는 결국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선수 개인의 능력 부족을 탓할 단계가 아니다.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모여도 조직력이 무너지는 이유는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일본 축구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몇몇 뛰어난 선수가 있어서가 아니다. 감독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철학, 독립적인 기술위원회, 투명한 행정, 실패하면 반드시 책임지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축구는 실패할 때마다 감독만 바꾸고, 정작 시스템은 그대로 남겨둔다. 사람만 바꾸고 구조는 바꾸지 않는 조직은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독 경질이라는 보여주기식 처방이 아니다.
감독 선임 절차를 완전히 독립시키고,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을 보장하며,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협회 운영 전반을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패하면 감독뿐 아니라 협회장과 집행부, 기술 책임자까지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제도화해야 한다.
필자는 2024년 국회 청문회장에서 한국 축구의 위기를 보았다. 그리고 2026년 월드컵 32강 탈락은 그때 제기됐던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번 탈락은 홍명보 감독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오랫동안 방치해 온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책임지지 않는 조직문화, 그리고 축구 철학의 부재가 만들어 낸 예고된 참사다.
국민은 더 이상 변명도, 희망 고문도 원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왜 같은 실패가 반복되는가?
왜 감독 선임은 매번 논란이 되는가?
왜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어도 대표팀은 성장하지 못하는가?
왜 실패해도 조직은 바뀌지 않는가?
이번 32강 탈락은 끝이 아니라 마지막 경고다...
이번에도 감독 한 사람만 희생양으로 삼고 협회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면, 4년 뒤 한국 축구는 또다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같은 절망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제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대한축구협회는 부분적인 쇄신이 아니라 거버넌스 전면 개편, 회장 중심 운영체제 혁신, 감독 선임 시스템의 독립성 확보, 기술 철학의 재정립, 책임 행정의 제도화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한국 축구를 다시 세우려면 먼저 대한축구협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이번 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이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