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MSI 플레이-인 팀 리퀴드 3-0 완파

‘페이커’ 이상혁, MSI 통산 첫 100승 달성

또 하나의 새 역사 썼다

이상혁 “100승 기록보다 중요한 건 우승” 다짐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살아있는 전설’이 또 새 역사를 썼다.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막을 올린 첫날, 가장 빛난 이름은 역시 ‘페이커’ 이상혁이다. MSI 역사상 최초 통산 100승(세트기준). 누구도 밟지 못했던 금자탑을 세웠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10승·120승 등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T1은 28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6 MSI 플레이-인 1라운드에서 북미 대표 팀 리퀴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개막전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T1은 플레이-인 2라운드 승자전에 진출하며 본선행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두게 됐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는 T1의 상징인 ‘페이커’ 이상혁에게 또 하나의 역사였다. 그는 MSI 통산 100번째 승리를 달성하며 대회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롤드컵 최다 우승, 국제대회 최다 출전, LCK 최다 우승에 이어 MSI에서도 아무도 넘보지 못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상혁은 누구보다 담담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 나선 이상혁은 “MSI 첫 경기를 3-0으로 이겨 기쁘다. 아침부터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팬들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초 100승 달성’ 기록 얘기가 나오자 더욱 차분했다. 그는 “승리를 많이 쌓는 것보다 결국 큰 무대에서 우승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 기록보다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담담한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T1의 숙원이 담겨 있었다. T1은 2017년 우승 이후 8년 동안 MSI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는 플레이-인부터 시작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이상혁의 시선은 오직 마지막 우승컵을 향하고 있다.

경기 내용 역시 T1다운 저력이 빛났다. 1세트에서는 팀 리퀴드가 탑 야스오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T1은 흔들리지 않았다. ‘케리아’ 류민석이 바텀 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했고, 이상혁 역시 미드-정글 교전에서 2킬을 챙기며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이후 이어진 한타마다 상대를 압도한 T1은 에이스를 연이어 띄우며 26분 만에 첫 세트를 끝냈다.

진짜 T1의 강함은 2세트에서 드러났다. 초반 실수가 겹치며 글로벌 골드가 6000 이상 벌어졌다. 분위기는 완전히 팀 리퀴드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우승팀 저력은 위기에서 시작됐다. 24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습 바론 사냥으로 흐름을 바꾼 T1은 두 번째 바론까지 연달아 챙기며 격차를 모두 지웠다. 이어 드래곤 한타에서 대승을 거둔 뒤 그대로 넥서스를 밀어내며 믿기 어려운 역전극을 완성했다.

‘페이커’ 역시 이날 최고의 장면으로 이 순간을 꼽았다. 그는 “초반에는 우리가 준비했던 전략이 잘 풀리지 않아 어려웠다. 그래도 팀원들이 중후반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리가 몰래 바론을 사냥했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3세트 역시 T1의 시간이었다. 리신-애니 조합으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고, 중반 잠시 흔들렸지만 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페이즈’ 김수환은 결정적인 한타에서 과감하게 진입해 쿼드라킬을 폭발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T1은 빈 상대 진영으로 그대로 돌격해 깔끔한 3-0 완승을 완성했다.

첫 관문을 완벽하게 통과한 T1은 29일 플레이-인 승자전에서 카르민 코프와 딥 크로스 게이밍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또 하나의 전설을 썼다. 그러나 ‘페이커’는 이미 다음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진짜 원하는 숫자는 100승이 아닌 8년 만의 MSI 우승이다. 그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T1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