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 포르투
포르투갈 최고 명문 FC포르투 이적에 성공한 한국 국가대표 공격수 석현준. 캡처 | 포르투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석현준(25)은 다시 경쟁을 준비한다. 도전자 자세로 다시 뛰어든다.

석현준은 지난 15일 FC포르투와 4년6개월 계약을 맺고 포르투갈 최고 명문 구단 공격수로 거듭났다. 지난 10일 비토리아 세투발 이적 허락을 받고 포르투에 도착한 그는 메디컬 테스트와 세부 협상 마무리를 마치고 푸른색과 흰색 줄무늬가 섞인 포르투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오직 포르투 한 곳만 바라봤다. 훈련 첫 날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적한 스페인 레전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와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는데 기분이 묘했다”며 유럽 굴지 구단 입단에 따른 감격을 전했다.

석현준은 전 소속팀 비토리아에서만 리그 9골 등 올시즌 총 11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 자신이 기록한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10골)을 올시즌엔 5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총 2년을 뛰며 적응을 완료한 포르투갈 내 이적이란 점, 우수한 2선 자원이 즐비한 포르투 전력을 고려했을 때 석현준이 출전 기회를 늘리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그의 앞엔 긍정적인 상황만 조성된 게 아니다. 포르투에 온 순간부터 백지 경쟁해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유는 포르투의 감독 교체에 있다. 포르투는 석현준을 오랜 기간 원했던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최근 성적 부진으로 경질하고 새 감독을 찾고 있다. 리그에서 라이벌 구단 스포르팅 리스본과 벤피카에 밀려 3위로 처져있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게 컸다. 석현준이 올 겨울 포르투 선수층 강화 차원에서 영입된, 검증된 자원이긴 하나 그를 눈여겨 본 감독의 퇴출은 찜찜할 수밖에 없다. 또 명문 구단에 걸맞은 주전 경쟁도 기다리고 있다. 포르투 최전방 주전 공격수는 카메룬 국가대표 공격수인 뱅상 아부바카르(24)로, 그는 리그에선 석현준보다 한 골 적은 8골을 기록하고 있으나 컵대회와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을 더 넣었다. 현재까지 총 13골 포르투에서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다만 아부바카르 백업 자원이 마땅하지 않은 게 석현준에겐 호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크리스티안 테요는 리그 11경기 무득점 부진에 빠져 있다. 포르투갈 골잡이 실베스터 바렐라는 8경기 1골이다. 20세 신예 안드레 시우바는 이제 리그 2경기를 뛰었다.

포르투 새 감독으론 2002 한·일 월드컵 한국전에서 골대를 맞힌 공격수였던 세르지우 콘세이상이 유력하다. 콘세이상 감독이 어떤 스타일의 공격수를 선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석현준 입장에선 아부바카르와 동등한 경쟁을 할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콘세이상 감독이 추진할 팀 리빌딩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2주일 남은 겨울 이적시장 추이를 지켜봐야겠으나 갑작스럽게 공격진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점을 볼 때 석현준이 초반 활약을 어떻게 펼치는가가 중요하다. 아부바카르는 178㎝ 단신으로 빠른 발과 배후 침투에 능하다. 190㎝ 장신인 석현준 입장에선 고공 능력은 물론 발재간까지 뛰어난 자신의 장점과 지난 달 5골을 몰아친 상승세를 포르투에서 빨리 재연해야 한다.

석현준은 입단 직후 등번호 39번을 선택했다. 10번 등 좋은 번호를 사양한 셈인데, 39번은 그가 2009년 가방 하나 갖고 건너와 입단테스트에 붙었던 아약스 시절 등번호와 같다. ‘맨땅에 헤딩’ 정신으로 임했던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석현준은 선수 생활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에 어렵고 힘든 길을 택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