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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스포츠서울 최희섭 객원기자] 미국에 온 지도 한 달이 지났네요. 지난주 단 이틀이었지만, 초청코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김)현수에게 정말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볼티모어 선수단에 합류해 지켜본 벅 쇼월터 감독은 ‘이래서 명장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어요. 거포들이 즐비한 볼티모어는 고액 연봉자들도 더러 있고, 개성강한 선수들이 많은 팀입니다. 이런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팀을 꾸려 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요. 가까이에서 지켜본 쇼월터 감독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수가 부진하자 두산 시절 영상을 함께 지켜보고, 저까지 불러 이것 저것 물어본다는 게, 평범한 메이저리그 선수는 상상도 못 할 일이거든요. 팀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선수별 특성은 어떤지 꼼꼼히 따져보고 전력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에 새삼 ‘코칭스태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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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오니, 이 곳 역시 전쟁터네요. 제가 메이저리그에 올라갔을 때에도 이른바 ‘컷 오프’ 탈락자를 선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오는 순간, 40인 로스터와 멀어지기 때문이죠. 역으로 생각하면, 마이너리그 캠프는 메이저에서 내려오는 선수가 많을 수록 분위기가 더 험악해집니다. 새로 합류하는 선수들만큼 마이너리그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이 방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코치들이 세세하게 가르쳐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구조라, 보이지 않는 경쟁이 더 살벌합니다.
선수들을 정리할 때에도 정말 칼 같이 잘라 냅니다. 휴대전화로 이런 경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SNS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전화로 통화하는 도중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오면 사정없이 끊겨버리죠. 휴대전화가 메이저리그라면, 인터넷 전화가 마이너리그인 셈입니다. 마이너리그 선수의 사정이나 마음을 배려할 여유가 없는 곳이지요. 마이너리그 캠프에만 200명이 넘는 선수들이 모여있으니, 말그대로 실력이 안되면 캠프를 떠나야 하는 곳이 미국 야구입니다. 3월 마지막 주가 되기 전에 탈락자들 윤곽이 나오기 때문에 훈련과 경기를 반복하는 마이너리그도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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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이)학주가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시애틀 캠프에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대호도 정말 열심히 경쟁하고 있다는군요. 특히 대호는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주변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 나오는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가는 발등을 찍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팀에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면, 감독이나 단장에게 기자들이 어떤지 물어보죠. 이럴 때 부연설명을 곁들여가며 칭찬을 한다면 좋은 시그널로 보기 어렵습니다. 정말로 마음에 드는 선수라면, “당신도 봐서 알잖아”라며 설명을 아끼죠. 실제로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이시기에 이렇다 할 기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코칭스태프가 별로 언급을 안하기 때문이죠.
현수와 (이)대호의 차이도 이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쇼월터 감독이 현수의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집니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현수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를 했지만, 최근에는 이렇다 할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 보입니다. 반면 시애틀은 헤수스 몬테로라는 확실한 보험이 있기 때문에 대호를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는 뉘앙스입니다. 시범경기 막판에 홈런 3~4개, 10타점 정도로 폭발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최근 둘째를 득남한 대호가 그 기운을 받아 실력으로 몬테로를 제압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리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