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Cyber PB 오픈
KEB하나은행이 지난 2일 국내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이버PB를 오픈했다. 제공|KEB하나은행

[스포츠서울 박시정기자]“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 은행들이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이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 놀라고 있다. 5대 시중 은행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자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e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이 고객 데이터와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투자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하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다. 투자자가 온라인 설문으로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예상 수익률을 제공하고 투자를 유도한다.

◇ 첫 발 내디딘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은 지난 2일 국내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이버PB를 오픈했다.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성향을 진단하고 투자목적을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특정 자산가들에게만 제공되던 PB 서비스를 모든 고객으로 확대했다.

KEB하나은행 투자상품서비스부 주형래 차장은 “사이버PB를 통한 투자를 따로 떼내 집계를 하지 않어서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사이버PB 서비스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다. 투자성향을 확인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 한다. 사이버PB 서비스를 받아본 후 포트폴리오 개편을 고려하는 고객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 가능 전용상품 및 퇴직연금 상품을 반영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베타버전을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위비뱅크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하반기에 은퇴 전 은퇴자금준비와 은퇴 후 생활자금설계를 포함하는 종합 자산관리서비스 모델로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로그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인터넷 홈페이지, 스마트뱅킹, 위비뱅크의 초기화면 전용 아이콘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일반투자 ISA투자 퇴직투자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6단계의 질문으로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최적의 포트폴리오, 추천상품, 예상수익률을 제시한다. 이 과정을 마치는 데 10분이면 족하다.

신한銀, DNA와 로드어드바이저 관련 MOU
유동욱 신한은행 부행장(오른쪽)이 지난 11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로드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데이터앤애널리틱스의 오태수 대표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신한은행
◇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후발주자들도 출전 채비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데이터애널리틱스(DNA)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벤처기업인 DNA는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의 자산 배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베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자산배분전문 쿼터백투자자문과 손잡고 은행권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선보였다. 출시 2개월 만에 약 2% 수익률을 올렸다. 연이율로 따지면 12%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쿼터백투자자문의 장두영 부대표는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대국 이후 투자금도 늘고 회사 자체에 대한 관심도 확실히 증가했다. 신탁형 뿐만 아니라 일임형을 찾는 고객도 급증하고 있다. 연말까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한 투자금액을 5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테스크포스를 스마트금융부에 구축해 상반기 중 베타버전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 갈 길 먼 본격 서비스

은행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직접 투자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KEB하나은행의 사이버PB는 지점을 방문해야 이용할 수 있다. 투자도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상에서 이 모든 과정이 처리돼야 한다. 우리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 투자를 하려면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신뢰도 제고 과제도 안고 있다. 시범 서비스와 정식 출시 후 일정 기간 실적을 쌓아 수익률로 효율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신속하게 반영하고 돌발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투자 리밸런싱이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은행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진화해 가는 단계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에서 더 발전해야 할 여지가 많다”면서도 “고도화를 거쳐 확산되는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습이 어느 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경우가 많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charli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