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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전북은 살아있다.
전날 수원 삼성에 이어 전북도 K리그 자존심을 한껏 세웠다. 적지에서 일본 구단을 제압하며 10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 등극 꿈을 살려나갔다. J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등 전북 선수 중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아는 김보경이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전북은 2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2016 ACL 조별리그 E조 5차전 FC도쿄와의 원정 경기에서 김보경이 1골 1도움을 올리고 이재성과 고무열이 한 골씩 터트린 것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6일 베트남 빈즈엉 원정에서 2-3으로 충격패한 전북은 이날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승2패(승점 9)가 되면서 E조 선두를 되찾았다. 지난 2013년 4월 우라와 레즈전 3-1 승리 이후 시작된 ACL 일본 원정 4연패에서도 탈출했다.
전북은 이날 도쿄에 패할 경우 조별리그 통과에 노란불이 켜질 뻔했다. 최강희 감독은 “도쿄전을 결승전처럼 생각하고 준비하겠다”는 다짐을 반영하듯 빈즈엉전 뒤 열린 K리그 클래식 3경기에서 가장 맹활약한 조합을 찾아 선발라인업을 꾸렸다. 이동국이 4경기 연속 주전 원톱으로 나섰으며 2선엔 레오나르도와 이재성 로페즈가 왼쪽부터 포진했다. 이재성 뒤에 김보경이 장윤호와 중앙 미드필더를 이뤘다. 전반 중반까지 팽팽했던 흐름을 깬 영웅이 나타났으니 바로 김보경이었다. 이동국과 이재성 밑에서 습격자처럼 빠른 침투를 진행,도쿄 포백을 위협했던 김보경은 전반 35분 전북 입단 뒤 ACL 첫 골을 작렬시키며 환호했다. 이동국으로 시작된 공격이 로페즈와 레오나르도, 다시 로페즈를 거쳐 공간을 파고든 김보경에게 연결됐다. 그는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차 넣었다. 지난 16일 성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홈 경기에서 결승포를 꽂아 전북 데뷔골을 넣은 그는 두 경기 연속 득점으로 부활을 알렸다.
기선을 잡은 전북은 후반 적극적으로 달려든 도쿄에 맞서 날카로운 역습으로 대항했다. 후반 15분 추가골에 성공하며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이동국의 페널티지역 왼쪽 크로스를 김보경이 반대편에서 원바운드 발리 크로스로 골문 앞쪽에 넣었다. 이를 이재성이 헤딩골로 마지막 점을 찍었다. 최 감독은 레오나르도와 로페즈 이동국을 차례대로 빼고 한교원과 고무열 김신욱을 집어넣으며 체력 안배도 도모했다. 고무열이 후반 추가시간 한교원 어시스트를 쐐기골로 마무리하며 3-0 승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전북이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전북과 장쑤(중국), 도쿄 등 3팀에게 조별리그 통과 기회가 모두 열려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내달 4일 장쑤와의 홈 경기를 이기거나 비기면 E조 1위로 16강에 갈 수 있다. 그러나 패하면 탈락할 확률이 매우 높다. 도쿄가 전북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내달 4일 빈즈엉 원정에서 이길 경우, 자력으로 16강행을 확정짓는다는 점은 전북-장쑤 맞대결이 E조에 남은 한 장의 16강 티켓 결정전임을 설명하고 있다. 더군다나 전북은 이날 좋은 컨디션으로 공격에 보탬을 준 김보경과 로페즈가 후반 도중 각각 옐로카드를 받아 장쑤전에 나설 수 없다. 특히 김보경 공백을 메울 대안을 놓고 최 감독이 고심에 빠지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