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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인증제도가 시행된 직후 물류 업체가 배터리 부품 선적을 받지 않아 생산이 중단된 국내 중소기업의 생산라인.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본지가 3월 2일 단독 보도한 배터리 내장 제품 인증 시행과 관련해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은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배터리 인증제도를 6개월 정도 유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표원이 한 발 물러선 것을 계기로 업계의 불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기표원은 4월 1일부터 새롭게 개정된 ‘전기용품 안전관리 운용요령’의 부칙 ‘별표 2 제10호’를 통해 내장 리튬이차전지 에너지밀도 400Wh/L 이하인 모든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도록 법을 고시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십수 년 넘도록 문제 없었던 소형 리튬 충전지에 대해 갑작스레 규제를 가하게 됐으니 업체로서는 비용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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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인증과 관련해 정책브리핑 페이지에 이의제기한 댓글이 사라져 댓글 조작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기표원은 규제개혁 신문고를 통해 “리튬 계열 배터리는 발화·폭발의 위험성이 있어 휴대용 제품에 사용될 리튬이차전지는 안전확인 대상 충전지에 포함된다”며 “블루투스 제품 중 사람이 휴대 또는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제품에 장착되는 리튬이차전지만 안전확인 대상 충전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1차전지 또는 2차전지만을 전원으로 사용하는 충전식 휴대전등은 안전확인 대상 전기용품에서 제외한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리기도 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은 휴대전등보다 훨씬 적어 폭발 위험이 더욱 없는데도 배터리 인증을 한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5일 정책뉴스 ‘리튬충전배터리, 안전사고 방지 위해 용량기준 삭제’ 제하의 글에서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사고도 보호회로 미장착 등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인명사고 방지를 위해 사람이 휴대하는 ‘전자담배, 소형 가전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에 사용되는 리튬배터리만을 안전관리 대상으로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자담배 업체 관계자였던 김모 씨는 “전자담배의 경우 고출력에 의한 많은 무화량을 얻기 위해 고출력 배터리에 낮은 저항의 코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직접 코일을 세팅하는 모드기기의 특성 상 0옴에 가까운 저항 세팅이 가능하다. 이를 ‘서브옴’이라고 칭하는데 서브옴 세팅으로 과잉 사용하면 쇼트 발생과 폭발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일부 과잉충전 대책이 없는 제품과 서브옴을 사용하는 사용자 문제이지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결국 과충전과 급속충전 방지 회로만 제대로 갖춰져 있으면 배터리에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이다.

기표원은 또 “에너지 밀도 400Wh/L이라는 기준은 일본에서만 적용하고 있으며 국제기준,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는 에너지 밀도와 무관하게 휴대용 전기용품 또는 무선통신 기기에서 사용되는 리튬이차전지를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 인증기관에 물어본 결과 “유럽의 경우 IEC60950-1의 규격에서 언급된 IEC/EN 62133으로 받은 배터리를 사용하라고 돼 있기 때문에 안전규격에서 추가적으로 받을 필요가 없고 IEC62133(EN62133)만 받으면 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비 강제 인증이고 유럽은 CB 인증을 받은 경우 배터리 관련 추가 인증이 필요 없다. 기표원이 세계적인 인증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과 사뭇 다른 의견이다.

기표원은 “국제전기기기인증제도(IECEE) CB 인증서(시험성적서 포함)가 있으면 단전지 시험이 면제돼 약 60%정도의 비용과 시험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해외에서는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을 깎아준다는 식의 생색내기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티텔레콤의 허주원 대표는 “주민이 무료로 다니고 있던 도로에 어느날 바리케이트를 친 후 주민 안전을 지켜주겠다면서 외부인에게는 100만원을 받지만 주민이기 때문에 60%를 깎아주겠다는 말과 같다”고 반박했다.

배터리 인증 전후 금액차이
한 스마트밴드의 인증 비용. 위의 330만원이 4월 전의 인증비용이며, 아래는 4월 1일 배터리 인증 시행 이후의 인증 비용이다. 업체는 동일한 제품의 인증비용이 844만5000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배터리를 내장한 블루투스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다 돼가며 초소형 충전지에 따른 사고가 거의 없고, 설령 사고가 있더라고 ‘폭발’이라 부를 만한 사고가 없었는데 돌연 기표원이 인증을 강제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기관의 일이기에 전면에 나서 불만을 토로하기에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밴드 KC 인증 받는 데 1200만원 가까이 인증비용이 든다”면서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인증비용 때문에 사업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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