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3년차 오지현(20·KB금융그룹)이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총상금 7억 원)에서 기적같은 역전우승을 차지하며 1억 4000만원짜리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오지현은 26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아일랜드 리조트(파72·6522야드)에서 대회 마지막 날 버디 2개 보기 1개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여고생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 2년차 최은우(21·볼빅)와 동타를 이룬뒤 연장전에서 승리해 지난해 ADT캡스 이후 7개월만에 2번째 우승컵을 품었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5)이 시작될 때만해도 오지현의 우승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누구도 우승후보로 예상하지 않았고 여고생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의 우승이 굳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성은정은 먼저 경기를 마친 2위 최은우보다 무려 3타나 앞서 있었기에 2012년 김효주(21·롯데) 이후 4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자가 탄생할 것이 확실시 됐다. 그런데 이순간 거짓말처럼 새로운 각본이 쓰여지고 있었다.
이때까지 실수없이 호쾌한 장타를 날려대던 성은정이 갑자기 샷이 흔들리면서 실수를 연발했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OB구역으로 날아가버린 것. 1타 벌타를 받고 다시 날린 티샷도 왼쪽 러프에 잠겼고 유틸리티 클럽으로 때린 4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 풀숲에 떨어졌다. 성은정은 곡절끝에 6타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고, 결국 2퍼트를 하면서 한꺼번에 무려 3타를 잃었다. 10언더파 278타로 먼저 경기를 끝낸 최은우와 동타가 되면서 연장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지현이 불쑥 튀어나와 새로운 역전극을 쓰기 시작됐다. 그는 18번홀에서 극적인 버디로 연장에 합류하더니 같은 홀에서 벌어진 연장전에서 또다시 3m 버디에 성공하며 새로운 주인공으로 탄생했다.
우승 후 오지현은 “솔직히 우승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로 대회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쳤는데 큰 선물을 받았다. 정말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캐디를 봐주신 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너무 마음 편하게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장전이 끝난 뒤엔 은정이가 진심으로 축하해 줘서 고마웠다. 같이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아끼는 후배여서 가슴이 아프다”고도 말했다.
2014년 시드전을 통과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오지현은 첫해 상금 순위 64위에 그쳐 지난해 다시 한번 시드전을 치러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오지현은 지난해 11월 ADT캡스서 데뷔 2년만에 첫 우승을 신고하며 얼굴을 알렸고, 이번에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KLPGA의 대표스타로 발돋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는 “어릴적에 철인3종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철인3종 경기한 것이 체력을 강하게 해 골프를 잘 칠 수 있는 비결이 됐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연장전에서 패한 최은우와 성은정이 공동 2위를 차지했고, ‘대세’ 박성현(23·넵스)은 3타를 줄이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공동 4위(9언더파 279타)에 올랐다.
in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