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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현(왼쪽에서 3번째)와 이민지(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한국계 호주 여자 선수들이 16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에 앞서 캐디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리우 | 김현기기자

[리우=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5일(현지시간) 리우 올림픽 골프장 1번홀 앞 대형 오륜에 노란 옷을 입은 한국 여자 선수 둘이 포즈를 취했다.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에 나선 4명의 ‘태극낭자’ 중 두 명일까. 아니다. 이들은 호주 국가대표로 나선 이민지와 오수현이다. 호주에선 이번 대회에 총 두 명의 여자 선수가 출전 자격을 취득했는데 모두 한국계 선수가 됐다. 특히 지난 4월 롯데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승을 거두고 있는 이민지는 손톱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금메달 각오를 펼쳐보였다. 그는 이날 연습 도중 한국대표 김세영 부친 김정일씨가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기도 했다. 김정일씨는 “이민지 오수현과는 미국 댈러스에서 같이 거주하고 있어 잘 안다”고 설명했다. 이민지는 호주에서 태어난 교포 2세다. 오수현은 9살 때인 2005년 호주로 건너갔다.

우승 후보 리디아 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가 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공식 연습 라운드를 앞두고 오륜 마크 앞에서 화이팅을 외쳤다. 리우데자네이루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계 선수들은 112년 만에 부활한 골프 여자개인전에서 ‘금·은·동 싹쓸이’를 노리는 우리 대표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호주 국적 둘 외에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명 고보경)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노무라 하루(일본·한국명 문민경)도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다. 리디아 고는 쏟아지는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남자부 마지막 금메달 결정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팬들의 함성이 엄청나더라”며 “연습을 마치고 나서는 남자부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고 즐거워했다. 리우에선 호텔에서 생활하지만 이미 선수촌에 들러 밥을 먹는 등 ‘올림피언’으로서의 삶도 즐기고 있다. 리디아 고는 지난 4일 자국 신문인 ‘뉴질랜드 해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으로 국적을 옮길 것이란 소문에 적극 부인한 적도 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수많은 대회에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뉴질랜드 국기가 내 골프백에 붙어 있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적 논란에 확실히 쐐기를 박으려는 움직임이었던 셈이다. 그는 6살 때인 2003년부터 뉴질랜드에 정착했다.

한국 대표와 한국계 선수들간 경쟁은 1라운드가 벌어지는 오는 17일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양희영은 이민지와 한 조에 속해 1~2라운드를 아예 같이 돌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