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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헤드폰이라고 무시할 게 못 된다. 예전에 듣던 몇 만원짜리 헤드폰이 아닌, 100만원 단위의 고가 헤드폰에 좋은 헤드폰 앰프와 고음질 음원을 연결해 들으면 어지간한 하이파이 시스템 못잖다. 공간도 거의 차지하지 않고 하이파이 시스템보다 가격 부담도 적은데다 밤 늦은 시간에도 볼륨을 한껏 올려 들을 수 있다는 게 헤드폰의 장점이다.
이런 헤드폰 시장이 고속팽창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반대로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은 정체, 후퇴를 지나고 있으며 애매한 가격대의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은 거의 소멸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중저가 오디오 시장은 이제 블루투스 스피커에 시장을 내주다시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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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명세를 떨친 프랑스 대표 하이엔드 오디오 기업 포칼(Focal)도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고급 모델인 그랜드 유토피아 스피커의 소비자가격은 2억4500만원에 달하지만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값비싼 하이파이 헤드폰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포칼은 4년여 기간 동안 헤드폰을 개발, 스피릿 시리즈보다 몇 단계 윗급인 헤드폰 3종을 새롭게 발표했다.
새롭게 공개된 헤드폰 3종의 이름은 Utopia(유토피아), Elear(일리어), Listen(리슨)이다. 유토피아는 포칼 최상위 라인인 유토피아 시리즈와 이름이 같은 만큼 동일한 베릴륨 소재와 동일한 설계가 적용된 헤드폰이다. 일리어는 설계는 같지만 베릴륨 대신 진동판 소재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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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헤드폰을 프로젝트오디오의 ‘헤드박스 RS(Head Box RS)’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 들었다. 미묘한 차이지만 들을수록 그 차이가 커진다. 음원에 수록된 작디 작은 소리까지 재생해 준다. 새벽에 아내 몰래 방으로 들어와 음악을 듣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본 적이 몇 번 있다. 알고 보니 음원에 수록된 아주 작은 발소리와 숨소리 등이었다.
가수의 목소리가 낭창낭창하게 들린다. 소리가 선명하다는 것은 평면적이지 않다는 것,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음이 튀어나오듯 꽂힌다. 여러 악기들도 저마다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한다. 헤드폰의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유토피아는 여러 소리들이 서로 위치를 잡고 소리 섞임 없이 서로의 음을 들려준다. 그 또렷함에 절로 취해 음악을 장시간 듣게 된다.
유토피아 헤드폰은 착용감도 좋다. 제법 묵직한 대구경 오버이어(Over Ear) 타입 헤드폰이지만 무게배분이 잘 돼 있어 귀에 압박감도 그리 느껴지지 않고 오래 착용해도 정수리에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헤드밴드는 어린 양가죽이, 그리고 프레임에는 카본 소재가 사용됐다. 보기 힘든 ‘메이드 인 프랑스’제라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유토피아 헤드폰의 가격은 소비자가격 550만원이다. 비싼 만큼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쉽게 가질 수 없는 헤드폰이이다. 기자가 이제껏 구입했던 최고급 헤드폰 HD800이 189만원짜리인데, 유토피아의 가격은 그 3배에 가깝다. 결국 제품명이 절묘하다는 생각이다.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다. 며칠간만 소유할 수 있었던 이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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