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익 대표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영화 ‘부산행’이 올해 첫 1000만 영화의 기록을 달성한 뒤에도 여전히 흥행 가도를 달리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6일 현재 누적관객수 1153만9639명으로 한국영화 흥행 순위 9위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흥행을 이어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베트남, 호주 등에서 개봉해 ‘한국형 좀비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부산행’ 투자배급사 NEW 장경익 영화부문 대표를 만나 ‘부산행’ 1000만의 의미와 향후 영화의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올초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영화 ‘부산행’까지 연타석 흥행 신화를 썼다. 소감은?

올 초 ‘태양의 후예’가 잘돼 좋았지만 회사로서는 본업인 영화가 잘되는 게 무척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행’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칸영화제에 보내고 여름시장을 겨냥해 개봉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1000만이라는 성공을 거둔 건 무척 의미있는 일이다.

지난 2013년에 영화 ‘변호인’으로 한국영화 1위를 처음 했는데 그 후 기대만큼 일이 되지 않았다. 조직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했다. 조직을 개편하고 2년 준비해서 이번에 터트린 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가 시즌2를 연 느낌이다.

-영화 ‘부산행’ 1000만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상반기 적자였다가 ‘부산행’ 개봉 후 7월 흑자로 전환됐다. ‘부산행’이 회사가 턴 어라운드 하는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또 극장 체인이 없는 회사임에도 1000만을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연상호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거장으로 성장하는 것을 함께 했다는 것도 대단한 의미라고 본다.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했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상업적으로도 한국영화가 해외에 어필하게 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장경익 대표
NEW 장경익 대표.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하반기에는 어떤 활동을 앞두고 있나

상반기 한국영화시장을 보면 영화적 쏠림현상이 극심해졌다. 유명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 빼고는 대부분 실패했다. 신인감독이나 신선한 기획 등을 하기 어려운 시장 분위기라서 우리도 블록버스터 영화를 계속 준비하게 될 것이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는 앞으로 세 작품 이상 함께 준비하려고 한다. 연 감독과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을 준비할 예정이다.

-최근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이 급속히 냉각된 상태다. 사드 후폭풍은 없나

영화 쪽은 중국시장 냉각의 영향이 적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던 부분에서 속도가 더뎌질 순 있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해외 변수와 상관없이 꾸준히 영화쪽에서 추구하는 전략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NEW 창립 멤버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경영 철학이 궁금하다

자본금 30억으로 시작해 현재 시가총액 3000억의 회사가 됐다. 100배 정도 성장했다. 회사 초기에는 제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자만한 적도 있었는데 회사가 성장하고 큰 실패, 작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영화는 같이 가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효율성보다 돌아가더라도 협업하고 더디더라도 마음의 열정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게 됐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면 능력치보다 플러스 알파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직원들에게 지시하기 보다 같은 목표를 갖고 같은 마음으로 갈 수 있도록 이해시키는 편이다. 뛰어난 ‘한명’ 보다는 열정 넘치는 ‘우리’가 중요하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이동통신회사에 근무하다 영화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동통신회사에 다니다가 메가박스에 프로그램 팀으로 이직했다. 영화가 뭔지도 모르고 일본 영화제, 유럽 영화제 등을 다니면서 영화를 보며 일하다가 영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는데 그제서야 꿈이 생긴 기분이었다. 영화를 평생 업으로 삼으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김우택 총괄대표님이 함께 하자고 해서 NEW에 합류하게 됐다. 지금은 꿈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라 좋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가게 되면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꿈을 꾸기 위해서는 일단 뭐든 시도해보고 빠져보라고 얘기해준다. 시도하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생기고 거기서 평생의 꿈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제 의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느냐도 중요하다. 어느 제작사나 다들 재미있는 영화를 하려는 건 같을텐데 우리 회사가 조금 별난 것은 사회적으로 조금 좋은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점이다. 딸 둘 아빠다 보니까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비즈니스니까 수익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만 가능하면 의미있고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를 하고 싶다. 단순히 자극적인 영화가 아니라 영화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콘텐츠를 팔고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지만 그걸 통해 사람들에게 또다른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

올 추석에 애니메이션 ‘달빛궁궐’을 개봉한다. 영화에서 가장 글로벌하게 진출할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인데도 다른 부분은 다 성취했는데 애니메이션은 아직 취약하다. 국민들께서 애니메이션에 많은 성원을 해주시면 좋겠다. ‘달빛궁궐’은 창덕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나라의 전설이나 역사 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영화다.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회사 이름이 재미있다. NEW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처음 회사를 만들 때 김우택 총괄대표와 함께 지었다.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의 준말이지만 사실상 조어고, 해피 뉴 이어처럼 항상 새롭게 하고 싶어서 ‘뉴’라는 이름을 쓰고 싶었다. 회사 이름이 뉴다 보니 올드한 부분에 대해서 항상 경계하게 된다. 항상 새로울 수 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일까?

이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10년은 가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10년이 가까워지면서 100년 기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100년이 가는 회사는 거의 없는데 영화쪽에서는 더욱 어렵다. 미국의 폭스나 디즈니처럼 영화라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가지고 100년을 가는 회사를 만든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