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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선수들이 7일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경기장에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을 치르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침대축구 탓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잘못해서 비긴 경기다.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 ‘슈틸리케호’는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 시리아와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1승1무를 기록하며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게 됐으나 러시아행 항해가 첫 암초에 부딪힌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내달 6일 카타르와 홈 맞대결까지 초반 3경기를 모두 이기는 게 본선행 필요조건이었다. 시리아와 비겼으니 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은 지난 1일 홈 1차전에서 중국에 3-2로 간신히 이겼다. 당시만 해도 후반 체력과 수비 조직력 등에서 불안했으나 ‘이겼으니 됐다’는 분위기 하나로 건전한 비판에 제동이 걸렸다. 시리아는 가장 약한 상대이고, 또 내전으로 인해 홈 경기를 제3국에서 치르게 되어 2연승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시리아전 승리면 20인 엔트리와 원톱 부재, 수비 불안, 유럽파들의 소속팀 부진 등 대표팀을 향한 우려들이 다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 이들도 많았다. ‘결과가 좋은데 뭐가 문제냐’,‘감독을 흔들면 안 된다’는 반론이 시리아전 승리와 함께 돌출될 태세였다.

착각이었다. 중국전 승리로 가려졌던 불안 요소들은 시리아전 무승부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황의조를 뒤늦게 뽑았음에도 황희찬과 권창훈만 집어넣고 교체카드 한 장을 아낀 여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0명만 엔트리로 뽑았다가 막상 조커로 넣을 선수가 없어 전전긍긍하다 2명만 후반 중반 뒤늦게 투입한 것은 아닌가, 대표팀이 강조했던 ‘직선 축구’가 시리아 앞에서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배경은 무엇인가, 상대의 느슨한 플레이에 우리마저 느슨하게 대처하다 화를 자초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코칭스태프가 K리그 현장을 그렇게 다니면서도 정작 소속팀에서 부진한 해외파와 아시아에서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의 선수들을 뽑는 근원은 무엇인가 등 적지 않은 물음이 시리아전을 보면서 제기됐다.

뭐가 잘못됐을까.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지나친 자신감과 방심이 대표팀은 물론, ‘슈틸리케호’를 지지하는 팬들에게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으나 그렇다고 최종예선이 만만한 무대는 아니다. 예전 최종예선 사령탑들의 치밀한 준비와 초반 기선제압이 있어 본선 티켓이란 결과는 물론 내용과 본선준비 과정까지 끌어올린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슈틸리케호’가 이번 1~2차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최종예선이란 중압감과 어울리질 않았다는 생각이다. 소집 첫 날 팬 앞에서 ‘오픈 트레이닝데이’를 펼쳐 시끌벅적한 상황이 연출된 것은 진중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논란이 된 20명 짜리 엔트리는 말할 것도 없다. 경기장에서도 한국축구 특유의 응집력 있는 에너지보다는 개인 혹은 2~3명의 부분 전술이나 긴 패스를 통해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뻥축구’가 속출했다. 어느 팀에나 위기는 닥치길 마련이지만 그 위기가 우리의 준비 부족이나 허술한 정신 자세에 있다면 큰 일이다. ‘아시아 최종예선 쯤이야…’란 방심이 1~2차전을 치르는 동안 사라지질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할 대목이다. ‘시리아 이기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란 자만이 한국축구 깊은 곳에 내재됐던 것은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 2차예선과 평가전을 치르면서 결과에 의해 가려졌던 내용의 부실함을 미처 대비하지 못하다가 이제와서 탄로난 것은 아닌가 생각할 필요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 리더십에 대해서도 재조명해야 한다. 그의 헌신과 대표팀을 넘어 한국축구 전체를 바라보는 열정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어디서나 땀을 적시며 간절하게 지휘하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외국인 감독이어서 여러 문제점이 그냥 지나간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겠다고 했다. 대표팀과 팬들이 정신 차리고 준비해야 슈틸리케 감독 부임 뒤 처음 닥친 파도를 무난하게 넘을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