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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의 래퍼 미료는 요즘 길거리에서 자신의 인기를 자주 실감한다. 체감하는 정도는 브아걸 최고의 전성기였던 아브라카다브라 활동(2009년) 때 이상이다.

“제가 노메이크업에 모자, 렌즈가 두툼한 안경을 쓰고 다니면 사람들이 잘 못알아보거든요. 제겐 최고의 변장술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그러고 다녀도 많은 분들이 알아보세요. 그리고 길에서 만난 분들이 굉장히 반가워해주세요. 아브라카다브라 활동 때는 너무 바빠서 길거리를 다닐 시간이 없긴 했지만요. 체감하는 건 그때보다 요즘 더 제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최근 종영한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이하 언프)에 출연한 이후 일어난 변화다. 데뷔 17년차 래퍼인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동생 심지어 조카뻘인 참가자들과 랩으로 당당히 경쟁을 펼쳤다. 누군가 볼 때는 자칫 잃을 게 많은 도박으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료는 2번 트랙 솔로 배틀에서 선보인 ‘잉여의 하루’로 큰 호응을 얻었고, 프로듀서 딘이 참여한 5번 트랙 ‘에인트 갓 노바디(Ain’t Got Nobody)’의 주인공이 되는 등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며 1세대 래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4년전 비슷한 형태의 서바이벌엔 ‘쇼미더머니 시즌1’에 참가해 무대 중단 등 논란을 일으켰던 그로서는 이번 언프 참가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굉장히 오랫동안 힘들었어요. 누군가는 왜 그리 오래 털어내지 못하냐고 하는데, 저는 그런 걸 빨리 털고 일어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언프에 출연한 이유 중 하나는 쇼미더머니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거였어요. 연애의 아픔은 연애로 극복한다는 원리랑 같은 거죠. 다행히 이번에 쇼미더머니 트라우마를 90% 정도는 극복해 낸 것 같아요.”

미료는 래퍼 데뷔 후 두번의 큰 좌절을 겪었다. 2000년 허니패밀리 객원 래퍼로 데뷔했지만 2006년 브아걸 데뷔 이전까지 오랜 공백기를 거쳐야 했고, 또 한번은 4년전 쇼미더머니 출연 트라우마였다. “2000년대 초반 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아주 어지럽힌 제 방안 한 구석에 제가 웅크리고 누워있는 모습이에요. 제아가 브아걸에 들어오라고 제안해 주기 전까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의 느낌은 ‘불’같아요. 쇼미더머니가 끝난 뒤 느낌은 ‘물’ 같았고요. 오랫동안 물을 잔뜩 머금은 스폰지처럼 축 처져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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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료에게 쇼미더머니 시즌1과 언프타 시즌3 참가한 소감을 키워드로 정의내려 달라고 하자 “쇼미더머니가 제게 ‘죽음’이었다면 언프리티랩스타는 ‘새로운 시작’이에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려면 먼저 죽어야 하는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기’, ‘트라우마 극복’ 외에도 미료는 언프로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그와 관련된 기사에 “예뻐졌다”, “소름 돋는다”, “적지 않은 나이에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등 기분 좋은 댓글이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2006년 브아걸 데뷔 무렵에는 저에 대해 ‘못생겼다’는 댓글이 가장 많았어요. 이전부터 래퍼로 활동한 저의 경력을 아시는 분들은 응원한다는 메시지도 남기셨지만 그게 다수는 아니었고요. 브아걸 활동을 함참 할 때는 저에 대해 ‘자꾸 멤버가 바뀐다’,‘새 멤버가 들어왔냐’는 놀림 섞인 댓글이 많았어요.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엔 ‘악플’(악성댓글)이 굉장히 많았고, 2013년 무렵부터 최근까지는 ‘무플’(댓글 없음)이었죠. 언프 마친 뒤 가장 기분 좋은 댓글요? ‘예쁘다’는 거요. 신기한게 지금 제 외모는 몇년 동안 그대로거든요. 그런데 몇년전엔 그렇게 안봐주시다가 요즘 들어 예쁘다고 자주 말해주시는 게 신기해요. 역시 방송의 힘인가봐요.”

자신감도 생겼다. 브아걸 멤버 중 유일하게 데뷔 이후 스캔들 한번 없었던 그에게 이유를 묻자 “원래 성격상 남자가 접근해도 잘 눈치를 채지 못해요. 그리고 남자를 만날 만한 곳에 잘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언프 출연 후 ‘예쁘다’는 말을 부쩍 자주 들어서인지 자신감이 생기네요. 이참에 남자를 만날 만한 곳에 좀 다녀보려고요. 제 이상형이요? 영혼이 통하는 사람이요.”

올해가 브아걸 데뷔 10주년이지만 멤버들의 여러 일정상 팀 활동은 없다. 미료는 “멤버들끼리 브아걸은 영원히 지키자고 약속했어요”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미료는 당분간 래퍼로서 솔로 활동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다. ‘언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잉여의 하루’를 곧 싱글로 낼 예정이고, 이후에도 싱글을 발표하며 활동하게 된다. 삼십대 중반을 넘긴 나이, 아이돌 그룹 멤버로나 래퍼로서도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그런 고민은 없다. “그런 데 대한 고민은 예전에 끝냈어요. 나이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아요. 끝까지 가보려고요.”

monami153@sportsseoul.com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