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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힘들었던 한 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표정은 밝았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7)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마음 편히 돌아와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웃어보였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의 실패와 지난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3관왕으로 정상에 돌아오기까지, 2016년 한 해동안 박태환은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다시 자신의 기량을 회복하고 성적으로 가치를 증명해낸 것에 그 스스로도 만족했다.
박태환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끝난 제 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을 달성하고 귀국했다. 당시 자유형 400m에서 3분34초59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후 자유형 200m에서 1분41초03으로 대회 및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추가했다. 자유형 1500m에서도 14분15초51의 대회 및 아시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박태환은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까지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제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 해동안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성적도 좋지 않았다면 선수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해 슬퍼했을 것 같다. 좋은 성적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보여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지난달 참가했던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200m를 시작으로 400m, 100m, 1500m까지 우승을 휩쓸며 4관왕을 차지했다. 우승보다도 기록이 전성기에 근접할 정도로 좋아진 것이 눈길을 끌었다. 박태환의 부친 박인호씨는 “기록종목인 만큼 대회 입상보다는 기록이 중요한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좋아져 나도 깜짝 놀랐다.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것이고, 심리적으로 홀가분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도 심리적인 안정을 회복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리우올림픽 때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많았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서 아쉬운 레이스가 됐다”면서 “지난 전국체전에서도 마음 편히 레이스하면서 잘했고, 아시아선수권에도 마무리가 잘됐다. 점차적으로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번 쇼트코스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 쇼트코스지만 세계선수권이라는 타이틀이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더욱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약물복용으로 인한 출전정지 징계, 리우올림픽 출전을 놓고 벌였던 법리적 공방,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압력행사 등 선수 본인에게 좋을 것이 없는 사건들을 겪으며 힘겨웠던 한 해였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실패를 맛봤지만 지난 10월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2개월여 사이에 다시 세계정상급의 수영선수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박태환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놀이공원에 가보지 못해 롤러코스터를 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개인적으로나 수영인생에서 롤러코스터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적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면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겪어가면서 인간 박태환으로서나 선수 박태환으로서 인생을 많이 배워가는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좋은 성적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있었기에 다시 세계정상에 설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하면서 “예전 많은 도움을 주셨던 기업이라든지 관계자분들의 고마움도 느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잠시 휴식기를 가질 생각이다.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예정인 세계선수권대회가 현재로서는 그가 준비할 가장 큰 무대다. 박태환은 “물론 올해 마무리가 잘 됐지만 지난 1년 반 동안의 일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것 같다.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보겠다. 기본적으로 훈련은 할 생각인데 세계선수권이 다가오니 어떻게 준비할지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많은 대회가 있다. 출전하게 된다면 어려움을 통해 얻은 값진 경험들, 고마움, 자신감 등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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