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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35, 세인트루이스)이 2016년 1월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가볍게 캐치볼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그는 ‘철벽 마무리’를 원하는 대표팀과 소속팀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수호신’ 오승환(35)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철벽 마무리’로 멋진 피칭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승환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예열 중이다. 이미 불펜피칭을 소화했고, 오는 25일에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시범경기에 나선다. 그리고 26일 대표팀에 합류해 WBC 모드로 들어간다.

자리는 이미 정해졌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마무리투수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과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일찍이 오승환에게 9회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오승환 앞에 임창용(KIA) 박희수(SK) 이현승(두산) 등을 배치해 마무리투수 릴레이 등판으로 WBC 1라운드 돌파를 염두에 두고 있다. 선발투수 투구수가 65개로 제한된 만큼, 양질의 불펜진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를 내세운다.

매시니 감독은 세인트루이스 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오승환을 2017시즌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누가 마무리투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승환이 지난해 정말 큰 역할을 해줬다. 오승환은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지는 특별한 선수다”면서 “영어 실력도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팀 투수들에게 많이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여러모로 11년 전과 비슷하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다. 신인이었던 2005시즌 추격조부터 시작해 마무리투수까지 올라 섰다. 이후 2006 WBC 대표팀에 승선해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괴력을 뽐냈다. 미국전서 메이저리그를 주름 잡는 강타자들을 압도하자 ESPN 캐스터는 “마치 100마일을 던지는 듯한 자신감이 보인다. 최고 타자들을 상대로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오승환을 극찬했다. 2006시즌 오승환은 47세이브를 올리며 2년 만에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 대열에 올랐다. 당시 삼성을 지휘했던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나보다 낫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11년이 지났고 많은 게 변했다. 그 사이 오승환은 한·일야구를 정복했고, 지난해부터는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정복에 나섰다. 2005년처럼 시작부터 마무리투수는 아니었지만, 그는 강한 심장을 앞세워 4개월 만에 마무리투수 자리를 꿰찼다. 기존 마무리투수였던 트레버 로즌솔이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 카드를 꺼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오승환은 76경기 79.2이닝 6승 3패 19세이브 방어율 1.92로 활약하며 단숨에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ESPN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2017시즌 오승환이 리그 톱10 안에 드는 마무리투수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오승환은 2017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마무리투수 몸값이 폭등했다. FA시장에서 아롤디스 채프먼이 뉴욕 양키스와 5년 8600만 달러,마크 멜란슨은 샌프란시스코와 4년 6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오승환이 2006년처럼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최고의 모습을 이어간다면, 연평균 10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명을 깔끔하게 수행하면 오승환의 눈앞에는 잭팟이 터지는 ‘대박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