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어느 구단이든 팬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언급되는 선수들이 꼭 있다. 롯데에는 9일 SK전에서 7년 만에 감격의 1군 복귀전을 치른 조정훈(32)이 대표적인 예다. 두산에는 지난 5월 무려 2535일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성영훈(27)이 있다.


야구 열정하면 빠지지 않는 LG 팬들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존재한다. 2004년 1차로 LG 유니폼을 입은 장진용(31)이다. 그의 1군 통산 기록은 7시즌 44경기 3승 7패 평균 자책점 7.15이다. 가진 능력에 비해 성적을 올리지 못해 팬들은 아쉬워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퓨처스 리그(2군)에서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장진용이다. '2군 매덕스'라는 별명이 모든 걸 대변해주듯 그는 지난해 KBO 리그 시상식에서 퓨처스 리그 다섯번째 상(다승왕 2회, 평균 자책점 3회)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만년 유망주'라는 타이틀에 대한 설움과, 2017시즌에는 반드시 달라지겠다는 다짐의 눈물이었다.


장진용의 말대로 그는 올 시즌 새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각성했다. 선발 자리를 내려놓고 중간 계투 보직을 맡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팀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기로 마음먹었다. 김동수 2군 감독과 여러 코칭스태프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 선발→중간 계투로 보직 변경…날개 단 장진용


장진용의 올 시즌 성적은 10일 현재 21경기 출전, 6승 2패 4홀드 평균 자책점 3.86이다. 5월까지 선발로 나선 그는 지난달 6일 kt전부터 구원투수로 보직을 바꿔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성적이 모든 걸 말해줄 순 없지만, 그의 불펜 성적은 최근 어려움을 겪는 LG 1군 불펜 마운드에 큰 도움이 될 정도로 좋다.


장진용은 "성적을 일부러 찾아 보진 않는다. 타자들과 승부에 집중하다보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누상에 주자를 내보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의 긍정적인 심리 변화는 팔꿈치 수술 전과 후로 나뉜다. 부상 이후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것 자체가 소중해졌다는 것.


불펜 전환한지 두달 정도 됐지만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잘 맞는다. 최근 10경기 성적을 보면 더 두드러진다. 10일까지, 17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16피안타 4실점(4자책점) 2승 4홀드 평균 자책점 2.12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 세이브가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게 고무적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졌다"며 "또 부모님의 도움 덕분이다"고 공을 돌렸다.


▲ 아쉬운 구속과 심리적 압박감, 관록투로 이겨낸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나 구속이다. 현재 평균 구속 140km를 꾸준히 찍고 있는 가운데 3~4km만 더 끌어올린다면 1군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게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박석진 2군 투수 코치는 "(장)진용이가 수술을 하면서 구속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140km 정도는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타자들과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운드에서의 노하우를 곁들인다면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리적인 면도 빼놓을 수 없다. 2군에서 기량을 발휘해 1군에 콜업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2군으로 돌아오는 수순을 밟은지 오래다. 장진용은 "구위가 나빠서라기보다는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내 공을 믿고 피칭하면 되는데, 무엇인가 보여주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1군에서 미끄러지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올 시즌 장진용의 마인드는 다른 어떤 때보다 남다르다. 부모님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특히 한때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육성군의 김광삼 재활 코치가 오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던 분이라 그런지 위로의 한마디가 크게 다가온다"며 이제는 2군이 아닌, 1군 마운드에서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LG 원클럽맨, 나보단 팀이 우선


장진용은 상무 피닉스 야구단 시절을 제외하면, 2004년부터 줄곧 LG에서만 활약했다. 덕분에 이제는 선배들보다 후배들이 더 많아졌다. 코칭스태프가 있어 먼저 나서서 후배 선수들의 투구에 대해 왈가왈부하진 않으나, 먼저 다가와 물어보는 후배들에겐 종종 노하우를 전수해주곤 한다.


"후배들이 먼저 다가와 물어볼 때 기분이 묘하다"는 그는 "지금까지 내가 경기하면서 느꼈던 점, 예를 들면 타자와 볼카운트 싸움이라든지, 누상에 주자가 나갔을 때 마운드에서의 마음 가짐이라든지, 투수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일러준다"고 말했다.


장진용의 올 시즌 목표는 역시나 1군 무대다. 그러나 1군행보다 더 중요한 건 팀의 성적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LG맨이다. 그는 "지금 LG가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팬분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올해는 꼭 1군 무대에서 팬들의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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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박진업, 김도형기자 upandup@sportsseoul.com